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원욱 원내수석, 오른쪽은 조정식 정책위의장./연합뉴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사실이라면 자당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볼모로 잡겠다는 너무나도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의 총선 성적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맞서 국회의 일치된 뜻 전하기 위한 방미 중에 뒤로는 이런 일을 벌였다면 결국 나 원내대표 방미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을 저지하는 것에 방점 두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방미 성과 설명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며 “이뿐만 아니라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에도 이 같은 뜻을 요청했다고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평화도 안보도 다 필요 없다는 나 원내대표의 반역사적 인식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 해고 정치에 금도가 있으며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는 법”이라며 “나 원내대표는 이 최소한의 선을 넘은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괴한 궤변으로 사태를 모면하거나 거짓말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즉각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27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최근 미국 방문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나 내년 총선을 전후해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발언했다는 한 언론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입장문을 내고 “3차 미북 정상회담마저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며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러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당도 환영한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내고 “미 당국자에게 미북 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