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파파가 세상을 바꾼다] "아이 없으면 미래도 없죠"…출산율 끌어올린 '부모보험'의 힘

<1> 캐나다 퀘백주
독신자도 소득 분담해 재원 마련
초기 반발 딛고 사회적 합의 도출
육아휴직자 임금 최대 75% 보장
휴직 활성화→출산율 상승 선순환
여성경제활동 참여율도 87% 달해

뱅상 브레톤 퀘백주 고용부 홍보담당관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퀘백시티=박진용기자


“자녀가 없어도, 결혼할 계획이 없더라도 시민 대부분은 부모보험 보험료를 내는데 거부감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지면 우리의 미래도 사라지니까요.” (뱅상 브레통 캐나다 퀘백주 고용부 홍보담당관)

캐나다 퀘백주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문화가 가장 빠르게 성공적으로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퀘벡에선 모성휴가 18주, 부성휴가 5주가 의무 부여된다. 이후 추가로 32주 동안은 부모가 나눠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휴가만 길게 보장한 것은 아니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자들은 이 기간 기존 임금의 55~75%를 지급 받는다.

이 같은 변화의 일등공신은 2006년 전격 도입한 부모보험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소득 중 일부를 분담하는데 동의하면서 육아휴직이 활성화되고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퀘백주의 재원 마련 해법, 부모보험
=장기 육아휴직 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재원 확보 문제다. 기업에서 장기 휴가를 허용해도 적절한 급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장 입장에서 선뜻 휴직에 나서기 어려운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퀘백주는 이를 부모보험(Quebec Parental Insurance Plan·QPIP) 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해결했다.

부모보험은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처럼 근로자라면 누구나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모은 돈은 모성·부성휴가 및 육아휴직, 입양 휴직 사용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쓰인다. 다만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고용보험은 수급청구 이전 52주간 600시간의 고용을 요구하지만 퀘백주의 부모보험은 같은 기간 2,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퀘벡주 고용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임금 근로자는 급여의 0.526%, 자영업자는 0.934%, 고용주는 0.736%의 보험료율(premium rate)을 낸다. 월 4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매달 약 2만 1,000원을 부모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이 같은 부모보험의 도입은 남성 수급률 상승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다. 부모보험 재정 역시 날로 탄탄해지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뱅상 브레통 홍보담당관은 “부모보험 재정이 여유가 생기면서 내년부터 보험료를 6% 줄이기로 했다”며 “고소득자의 부험료 부담을 줄이고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 피보험소득 기준 역시 2007년 5만 9,000달러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는 7만 6,500달러가 됐다”고 설명했다.



퀘백주 퀘백시티의 한 공립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퀘백시티=박진용기자

◇부모보험이 가져다 준 변화는
=올해로 도입 13년째인 부모보험은 지금은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도입 초기만 해도 비혼자 등 비수혜자들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반발이 컸다. 연방정부와는 수년 동안 소송전을 벌이는 등 퀘백주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및 출산율 증가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어느덧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뱅상 브레통 홍보 담당관은 “부모보험 지원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한 것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당초 정책 목표는 아니었지만 예상 밖으로 출산율까지 상승하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퀘백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약 87%로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각종 지표에서 퀘백주와 캐나다의 기타 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59로 캐나다 주도인 온타리오(1.44)는 물론 캐나다 전체 평균(1.50)을 웃돌고 있다. 연 가구소득 3만 캐나다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에게 특히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퀘백주를 제외한 다른 주에서 가구 전체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가정 중 육아휴직 비율은 44%에 그쳤지만 퀘백 주는 88%에 달한다. 3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78%로 캐나다 전체 평균인 71%와 7%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뱅상 브레통 홍보담당관은 “저소득층의 육아휴직 참가율 상승은 부모보험이 낳은 가장 고무적인 현상 중 하나”라며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부에서 약 과거 소득 대비 70%를 보장하면 평균적으로 기업에서 10%를 추가로 보조해 재직 기간 임금 대비 평균 80%의 급여는 수령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5주 간의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는 북유럽에 비하면 짧을 수 있지만 자녀들에 대한 교육철학이 정립되는 등 보이지 않는 성과도 상당히 거뒀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엄마와 아빠가 나눠서 쓸 수 있는 부모 육아휴직의 대부분이 여성에게 쏠려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모 육아휴직 신청자는 남성 대비 여성이 5배 가까이 되고 평균 사용 기간 역시 3배에 이른다”며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에 남성들이 5주 가까이 육아휴직을 쓰는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됐지만 그 이상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난제”라고 말했다.

◇한국형 부모보험 제도는 가능할까=부모보험을 통해 사회적인 합의와 재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퀘백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육아휴직 급여액은 2001년 20만원을 시작으로 2017년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 나머지 기간은 40%, 2018년 두 번째 육아휴직자 3개월 간 통상임금 100% 등 지속 인상됐지만 육아휴직 선택 시 발생하는 소득기회 상실을 대체하기에는 미흡하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출산전 후휴가 및 육아휴직 지원금액이 휴직자 수의 2배 이상을 넘어서는 등 지금과 같은 고용보험기금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장기요양보험료 징수 사례를 참조해 부모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부모보험법(가칭) 입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부부당 각각 9개월 이내로 통상임금의 80% 수준의 금액을 보장하는 단계로 한국도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퀘백=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