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고나면 불거지는 '靑의혹' 덮기 급급해선 안된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살아 있는 권력’의 의혹이 하나둘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를 지낸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중단 사건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논란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 개입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맡았던 이상호 원장이 운영하는 우리들병원의 거액 대출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5,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7일 밤 구속됐다. 검찰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2017년 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지시로 감찰이 무마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윗선’의 개입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유씨의 비리가 중대하지 않아 당시 민정수석 등 3인 회의에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방어해왔다. 하지만 법원이 “여러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면서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해 청와대의 주장은 신뢰를 잃게 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한 기획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문(親文)’ 실세인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 첩보 문건은 경찰청 본부를 거쳐 황운하 청장이 있던 울산경찰청으로 전달됐다.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여러 차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 시장은 낙선했지만 김 시장의 동생 등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백 전 비서관은 “단순 이첩 이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리들병원 의혹은 2012년 해당 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나섰지만 현 정권 고위층의 개입으로 중단됐다는 의혹이다. 청와대가 의혹 덮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속 시원히 해명해야 ‘나라다운 나라’를 향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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