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도 서울과 지방 간 삶의 격차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인서울’ 대학이 뜨고 지방 국립대가 퇴조한 가운데 지역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청춘들은 ‘지잡대’ 출신이라는 모욕적인 딱지를 붙인 채 구직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평가된 86개 대학 중 약 70%(60개)는 비수도권 대학이다. 교육부 대학 진단에서 두 항목으로 평가되면 10~35%의 정원감축 권고를 받고 각종 재정지원사업 참여나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지원이 제한된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문제 대학으로 낙인 찍고 구조조정을 명령한 학교 중 다수가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의 비애는 학생들의 평가에서 더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정시 점수 등으로 입학 가능 대학과 전공을 나타내는 입시결과(입결) 평가에서 지방 대학들은 서울 소재 대학에 상위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특히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과거에는 명문으로 평가받았던 지방 국립대들도 주요 전공 일부를 제외하고는 입결에서 서울 중하위권 대학들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숫자가 27년 수능 역사상 최저로 집계되는 등 학령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지방대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방대를 졸업하면 구직활동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지방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입사할 수 있는 사무직 일자리는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 취업 홍보를 하는 기업들의 대학 방문은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상반기 신입직 취업 설문조사에서 서울·경기 지역 대학 출신 구직자들의 취업 성공률은 41.3%로 지방 소재 대학 출신자들의 취업 성공률 33.8%보다 7.5%포인트 높았다.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는 취업정보 격차가 구직 결과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국내 중화학공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울산·거제 인근 대학들은 취업이 수월한 편이었지만 조선업 등 제조업이 위기에 빠지면서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취직을 위해 상경하는 것이 흔한 일이 돼버렸다.
정부가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입학 정시 비중 확대도 지방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는 현재 수시모집으로 대다수 학생을 충원하고 있는데 정시 확대 때는 충원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정부가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비중 확대를 추진해 무리가 없지만 이러한 기조가 전국 대학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