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는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서 “이런 영화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진웅 선배, 정지영 감독님과 꼭 한번 호흡하고 싶었던 점이 그를 ‘블랙머니’와의 인연으로 이끌었다. 정 감독을 존경했다는 그는 “‘부러진 화살’을 보고 감독님의 팬이 됐고,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였고, 캐릭터였어요. 이전 작품과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의 캐릭터를 받아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때 다가온 작품이었어요.
실화 바탕이고 경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렵거나 무거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쉽고 재밌게 읽혔어요. 그리고 쉽든 어렵든 완성도가 높으니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었죠.“
‘블랙머니’는 IMF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이하늬는 태어나면서부터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국내 최대 로펌의 국제 통상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대리인 김나리를 연기했다.
이하늬는 자신이 맡은 김나리에 대해 “이성적이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결말에 대해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전하며, “김나리는 명확한 대의를 추구하는 인물이에요. 김나리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자신의 이익과 국익을 고려했다고 봤어요.”
첫 등장부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김나리. 이 장면을 놓고 이하늬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슈퍼 엘리트였기 때문에 단순히 영어구사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을 누를 정도의 포스가 있어야 한다고 본 것.
“영어를 하더라도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영어를 하는 것과 오랜 시간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이 영어를 하는 게 다르지 않나. 에너지 변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신경 썼죠. 차가우면서도 이성적이고 지적이게 느껴질 수 있게 계속 입에 붙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이하늬는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더 이상 개인의 안위와 행복이 개인에게서만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경제를 모른 체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게 통하지 않는다고 봐요. 지금은 그렇게 하면 개인의 행복과 안위에도 치명적 위협이 가해지는 때가 된 거죠. 다음 세대는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방법,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알아야 할 사건이죠.”
‘대세’ 이하늬는 올해 ‘극한직업’으로 1600만명을 동원하며 ‘천만배우’로 거듭났다. 최근엔 SBS ‘열혈사제’로 시청률 20%를 이뤄내며 대세 배우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윌리암모리스엔데버(WME)의 필립 선(Phillip Sun)과 베테랑 매니지먼트사인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Artist International Group)의 대표 데이비드 엉거(David Unger)와 각각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할리우드 진출’이란 소식에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유정 연출은 이하늬에 대해 ‘마음이 열려있는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브라운관·스크린은 물론 뮤지컬 무대 등 다방 면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스로 자유로워지고자 애쓰는 그는 최근엔 필라테스와 요가로 심신을 단련 중이다. 현 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는 “이 순간이 얼마나 기적인지 잘 알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제가 잘해서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이 맞아야 이런 시기가 오는 듯해요.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찾을 때는 기회가 잘 오지 않았어요. 열심히 연기하다 보면 이렇게 행운 같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모든 게 감사합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