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이 노조 리스크에 다시 불안하다. 이번에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자리 전환, 신차 물량 배정 등 업체마다 노사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자칫 강성 노조가 들어설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심한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노조는 4개 조직에서 차기 8대 임원(지부장) 선거 후보를 냈다. 선거 구도는 ‘3강성·1중도’다. ‘금속연대’ ‘민주현장투쟁위원회’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등이 강성으로 분류되고 현장노동자 출신이 중도로 분류된다. 이번 노조 집행부 선거는 현대차의 친환경차 생산 전환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 외부 자문위는 친환경차 생산·공정 자동화에 따라 인력을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전적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성 노조가 들어서 노사 간 마찰은 물론 정치사회 투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현대차의 체질 개선은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세 후보는 인력 감축·재배치에 결사 반대 입장을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차기 노조는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 달 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8일 1차 투표를 진행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다음 달 3일 2차 투표를 통해 새 지부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조가 인천 부평공장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GM 노조는 지난 13일 6개 조직에서 차기 26대 지부장 선거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2강성·1중도·3온건’ 구도로 전해졌다. 25~26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1차 투표가 진행되고 다음 달 2~3일 2차 투표가 열린다. 차기 집행부는 10월 중단된 임협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 노조가 들어설 경우 부분·전면 파업을 계속하며 사측을 압박했던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한국GM은 내년 1월13일부터 부평 2공장에서 트랙스를 생산하는 데 이어 추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랙스 추가 생산 연장은 차기 한국GM 노조 집행부의 노선에 달려 있다”며 “강성 노조가 들어올 경우 GM 본사 신뢰 확보가 어려워져 물량 확보는 물론 공장 폐쇄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기아차(000270)는 지난달 30일 강성 노조가 출범하며 사측과 바로 부딪히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집행부를 꾸리자마자 조속한 임협 재개와 조합원 징계에 대한 사측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들 사안을 쟁취하기 위해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낼 경우 셀토스·모하비·K7 등 인기 차종 생산 차질은 물론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강성 노조가 들어서 업황 부진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선두 자동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며 “강성 노조가 들어설 경우 체질 전환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 기업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