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어떻게 반도체 최강자가 됐을까?

D램 시장에서는 300mm 웨이퍼 선제 투자 등 공격적 전략
낸드플래시는 애플과의 협업 등 생태계 장악
시장을 먼저 보고 대응한 '경영판단'도 중요
이건희 회장의 뚝심도 큰 영향

수원 삼성전자 본사.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의 3개 사업자 과점 형태로 바뀌었으며 삼성전자는 50%에 가까운 D램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빛났다. 플래시 메모리는 1980년 도시바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후 시장은 인텔을 중심으로 한 노어 플래시 메모리와 도시바를 중심으로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로 나뉜다. 노어는 한번에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크기가 작아 속도가 빨랐던 반면 낸드는 한번 접근 시 데이터 용량 커 속도가 느려 나름 장단점이 명확했다. 1992년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생태계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에 기술 라이선싱을 해주며 이후 삼성전자는 아이팟, 아이폰 등을 내놓은 애플 덕분에 시장 주류로 자리잡은 낸드 플래시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D램,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사업을 모두 담당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이라는 포지션 덕분에 관련 부문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내게 된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린 것 또한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동일 면적에 직접된 트랜지스터는 전력 소모량이 같다는 이른바 ‘데너드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삼성전자는 집적도를 극한으로 향상해 원가를 낮추는 한편 웨이퍼의 남는 면적은 기타 회로 등을 부착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원가에서 설비투자(CAPEX) 비중이 높아 막대한 자본이 없으면 시장에 발을 들이기도 힘들다. 반면 제품 크기는 작고 부가가치는 높아 비록 비행기를 통해 실어나르긴 하지만 물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조선이나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은 물론 설립 초기 CAPEX 부담이 적은 소프트웨어 산업 등과는 구조 자체가 다른 셈이다. 또 미세 공정 비중이 높아지면서 1대당 2,000억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입 등에도 상당액을 지출해야 해 기존 공정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재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분야다. 삼성전자가 90년대 초반 D램 분야에서, 2000년대 초반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1위자리를 유지한 후 계속해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출시 이후 스마트폰 분야에서 압도적인 수익을 냈지만 이후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로 쫓기는 신세가 된 반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격차 유지가 가능한 것도 반도체 산업 특성이 적잖게 작용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쫓아오는 가전 분야 또한 스마트폰과 구조가 유사하다. 해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스마트폰이나 가전 업체 보다 ‘반도체 기업’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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