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가톨릭대 교수
우리나라가 다른 여러 나라처럼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노동시간이 짧은데 놀랍게도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도 안 될 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왜 그랬을까. 중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비의 비중이 작고 투자의 비중이 매우 크며 투자 가운데서도 특히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비중이 큰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고민거리였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염려한 중국 정부는 급기야 소비주도 성장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사람들이 지갑을 풀어 돈을 더 쓰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늘리기로 하고 일찌감치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각종 매체에서는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주말을 지날 때마다 관광지에 사람이 넘쳐나는 광경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돈이 있어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줘야겠다는 발상을 하게 됐다. 우선 본보기로 공무원의 급여를 대폭 올려주고 채용 숫자를 확 늘렸다. 그 결과 관료제 사회에서 그러지 않아도 좋은 공무원의 인기가 치솟아 공무원이 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꿈이 되어버렸다. 공무원 급여 인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에도 급여 인상을 종용하고 최저임금을 매년 십수 퍼센트씩 올렸다. 중국판 소득주도 성장이다. 아니, 중국이 소득주도 성장의 원조인 셈이다. 우리나라 현 집권세력이 이를 본받지는 않았을까.
인위적 임금 인상은 중국 경제를 너무 일찍 고비용 구조로 내몰았다. 경제발전 이론에 루이스 전환점이라는 것이 있다. 영국의 경제발전 역사를 분석한 결과 발견한 것은 농촌에서 도시로의 노동 공급이 지속되는 한 도시의 임금은 오르지 않으며 이는 높은 자본수익률을 유지시켜줘 자본가의 지속적 투자를 가능하게 해 이것이 경제성장을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 잉여노동력이 고갈된 후에는 도시 임금이 오르게 되며 경제성장률도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발견은 고도성장 개발도상경제의 성장률 전망에 유용하게 활용되고는 하는데 중국에 대해서도 루이스 전환점을 거치는 시기가 언제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현재는 대체로 5~6년 전에 중국이 이 시기를 거쳤다는 데 동의가 이뤄져 있다. 중국은 머지않아 닥칠 격변을 생각하지 않고 조급하게 인위적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실시한 셈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충분한 기간 실력을 쌓으려 노력해야 하는 게 순리이나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 아무래도 차근차근 순리를 좇아 경제발전이 이뤄지게 내버려 뒀으면 좋을 뻔했다. 생산비용 급증의 결과 가공기지로서의 중국의 매력이 사라져 버리게 됐다. 중국은 현재 소비재에 있어 세계의 공장이기는 하지만 그 밖의 산업은 아직 아니다. 세계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아니다. 모든 것이 설익었다. 역시 자기 경제가 가진 자원과 세계 시장, 그리고 외부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기술과 제도 등 모든 것이 좀 더 농익도록 배우는 기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상당 기간 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성장률과 수출이 급전직하하는 배경에는 이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따지고 보면 경제발전은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저 현재 상황과 여건에 맞게 겸손하고 차분하게 익힐 것은 익히고 배울 것은 배워가며 순리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조작과 억지스러운 정책은 금물이다. 수출경쟁력을 이야기하지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기술이 없으면 노력해서 배워오거나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왕도는 없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해괴한 논리,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획일적 사고방식 같은 것을 다 버리고 사인 간 계약 자유의 원칙하에서 더 일할 사람은 일하게 하고 돈을 적게 주고받든지 많이 주고받든지 자유의사에 따라 일하고 고용하게 좀 내버려 둘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