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공모·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상장사의 주가가 해당 공시 이후 일정 기간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증자로 인한 수급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자배정 방식처럼 투자자를 확보하지 않고 유상증자를 실시하려면 주가하락 및 그에 따른 자금조달 차질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일반공모·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 실시 결정을 공시하고 금액을 조달한 코스닥상장사는 20개사에 달했다. 이 중 공시일로부터 약 한 달인 22거래일 후 주가가 오른 기업은 2 개(피에스엠씨(024850)·현진소재(053660)) 뿐이다. 일반공모·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통상 공시 후 한 달에서 석 달 사이에 신주 상장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코팅 필름을 생산하는 상보(027580)는 5월31일 운영자금 291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공시 전날 종가 2,560원에서 22거래일 후인 7월3일 37.3% 하락한 1,605원으로 마감했다. 한 주당 1,940원으로 예정했던 발행가액이 주가하락에 따라 986원으로 낮아지면서 조달금액도 계획의 절반 수준인 148억원에 그쳤다.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 물량은 1,500만주로 직전 발행주식 총수인 3,168만여주의 47.3%에 달했다.
일반공모를 통해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37.1%인 1,5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실시 결정을 4월10일 공시한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도 주가가 전날 8,170원에서 5월14일 5,540원으로 32.2% 하락했다. 주가하락으로 조달금액은 778억원으로 계획한 925억원보다 16% 줄었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피에스엠씨·현진소재·코이즈(121850)를 제외한 상보·이베트스투자증권 등 17개 종목은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보다 하락률이 더 컸다. 피에스엠씨·현진소재는 신주 규모가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5% 미만이고 조달 계획 금액도 1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운영·기타자금 50억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33.2%인 350만주 발행 계획을 6월14일 공시한 코이즈는 22거래일 후 3.8%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7.2% 하락했다.
반면 코스닥에서 올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87개사 중 공시일로부터 22거래일 후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36개사에 그쳐 일반공모나 주주배정 방식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3자배정의 경우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년간 보호예수(매각 금지)돼 일반공모·주주배정보다 수급 부담이 적다”며 “3자배정과 일반공모·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하는 기업 수를 비교해보면 주가하락 가능성이 낮은 3자배정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9월 말까지 두산건설(011160)·두산중공업(034020) 등 9개사가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실시 결정을 공시했으나 한솔테크닉스(004710)·일진다이아(081000)를 제외한 나머지 7개사는 공시일로부터 22거래일 후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3자배정 유상증자 실시 결정을 공시한 기업 수 역시 30개로 주주배정보다 더 많았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