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복장·출퇴근 이어 지정좌석 폐지…'3대 자율'로 조직혁신

정의선 부회장, 자율좌석 시범운영 계열사 둘러보고 칭찬
"근무환경 바꿔야 혁신" 보수적인 조직 바꿀 마지막 퍼즐
직원 만족도는 낮아…현대차 "부서 간 경계 허물게 될 것"


# 현대모비스(012330) 등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곳에 탐방을 다녀오는 등 제도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전체 사무실을 자율화로 전환했으며 지난 7월 현대모비스(14·16층)에 이어 현대차(동관 18층) 등 핵심 3개 계열사의 일부 층에 자율좌석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현대차는 시범 운영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전 좌석 자율좌석제 도입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좌석제가 전면 도입되면 현대차그룹은 ‘스리 자율’ 제도가 완성된다. 정 부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 3월 현대차·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기아차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핵심 3개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했다. ‘복장·출퇴근·좌석제도’가 주요 골자인 스리 자율 제도는 정 부회장이 취임 이후 밝힌 그룹 조직문화 개선의 일환이다. 그는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과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모비스 16층에 위치한 현황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임직원들은 집중근무 시간인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를 제외하고 스스로 계획한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다. 점심시간 역시 기존에 정오~오후1시였던 시간을 오전11시30분부터 오후1시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이 신차를 공개하는 공식 석상에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하자 직원들의 출퇴근 복장도 넥타이와 와이셔츠·정장 등을 버리고 청바지와 운동화 등을 착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임원 이하 일반직 직급을 기존의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고 호칭 역시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단순화했다. 또 결재판을 없애고 e메일 등 비대면 보고로 바꿨다.

물론 기업문화 혁신에 대한 ‘꼰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부장과 차장급이 주류인 책임매니저 입장에서는 이런 문화가 여전히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중간관리자들이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결국 직원들의 업무적 부담만 늘어났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면 보고를 없애고 자율 출퇴근 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책임매니저급 직원들은 이전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이 책임매니저에게 서면으로 먼저 보고한 뒤 컨펌을 받으면 스마트 보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한 단계가 더 추가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율좌석제도도 아직은 완전히 정착되지는 않고 있다. 업무 협조에 대한 어려움, 파티션이 낮아 집중이 어려운 점, 소속감 약화, 자율좌석 전환에 따른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 리서치 회사에 따르면 자율좌석제에 만족하는 직원은 전체 6%로 지정좌석제를 만족하는 직원(45%)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구조조정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좌석제 시행은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이라면서 “자리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편안하고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조성, 유연한 사고는 물론 부서 간 경계를 허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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