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썽많은 노인 일자리 또 늘리겠다니

정부가 내년에 1조1,991억원을 투입해 74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1년 만에 10만개나 늘린 것으로, 이 가운데 77.4%가 쓰레기 줍기나 학교 급식 지원 등 ‘허드레 일자리’다. 월 10~30시간씩 참여하고 10만~27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내년부터 1인당 참여 기간을 연간 9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급조된 노인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49%나 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끼니라도 해결하겠다는 데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세금으로 충당되는 ‘단기 알바’에 치중하다 보니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여력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 60세 이상 일자리는 1년 전에 비해 22만8,000개나 늘었다. 전체 증가분의 절반에 달한다. 반면 20대 이하는 6만6,000개, 30대는 7,000개 증가에 그쳤고 40대 일자리는 2만6,000개나 줄었다. 일자리가 없어 노는 청년들이 늘면서 20대의 주머니 사정은 열악해졌다. 통계청의 ‘2·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2017년 167만9,000원이었던 20대 근로소득은 2년 만에 164만5,000원으로 줄어든 반면 70대 노인의 근로소득은 38만1,000원에서 53만8,000원으로 늘었다.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해준 공공 일자리 덕이라 할 수 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서울대 등 16개 대학 학생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대책 없는 세금낭비 당장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세대 갈등만 심해질 것이 뻔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을 서둘러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각 분야에서 맘껏 능력을 펼치고 노인들은 먹고사는 걱정 없이 여생을 맘 편히 보낼 수 있는 공존의 장(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등 각 산업군에서 신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오늘 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멀리 내다보는 일자리정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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