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 회장
허태수 부회장
허창수 GS(078930)그룹 회장이 15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그룹 경영의 바통은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028150) 부회장이 이어받게 됐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3일 사장단회의에서 공식 사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주주 합의에 따라 새 회장으로는 허태수 부회장을 추대했다.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용퇴를 택한 허창수 회장은 “‘밸류 넘버원(No 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내 소임은 다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산둥성 개방 협력 강화 교류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홀가분하다. 은퇴는 오래전부터 생각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서 민간외교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창수 회장은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고 내년부터 GS 명예회장과 GS건설(006360) 회장으로 활동한다. G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공식 승계는 내년 주주총회·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신임 허태수 회장은 지난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가 된 후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에서는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과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GS그룹이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법인을 세우기로 하는 데 막후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이 어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보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17년 만에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고 맏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용퇴로 GS그룹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한층 속도를 내는 한편 ‘홍’자 돌림의 GS 일가 4세들 간 경쟁구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허 회장이 용퇴를 선택하며 변화에 ‘올인’할 만큼 시장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GS그룹 특유의 경영기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젊어진 사장단
이번 GS그룹의 혁신 의지는 한층 젊어진 사장단에서도 잘 읽힌다. GS그룹은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홍순기 ㈜GS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외에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10명, 전무 외부영입 2명, 상무 선임 21명, 전배 2명 등 총 45명의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사장단에 ‘젊은 피’를 배치해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선제 대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GS홈쇼핑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호성(58) 부사장, GS파워 사장으로 승진한 조효제 대표이사 부사장, ㈜GS 사장에 오른 김석환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그룹 인사 이후 사장단 평균 연령이 57세로 전년보다 3세가량 낮아지게 된다”며 “세대교체로 조직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영입으로 새로운 피도 수혈했다. GS칼텍스는 김정수 경영기획실장 전무와 임범상 법무부문장 전무 등 2명을, ㈜GS는 곽원철 사업지원팀 상무를 각각 신규 영입했다. GS에너지는 강동호 신사업개발부문장 상무를, GS홈쇼핑은 이종혁 뉴테크 본부장 상무를 각각 새 임원으로 발탁하며 한층 역동적인 GS 만들기에 힘을 실었다.
신임 여성 임원도 발탁하며 최근 ‘양성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경영 흐름에 발을 맞췄다. 공채 출신인 윤선미 GS홈쇼핑 상무는 콘텐츠사업본부 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룹의 핵심축인 석유화학·유통·건설 등의 경영환경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캐시카우인 정유 부문이 정제마진 악화로 수익이 줄고 있고 유통과 건설 등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열해지는 4세 후계구도
재계에서는 허태수 신임 회장이 GS 일가 4세들에게 회장의 바통을 넘기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그룹 4세들이 1969년생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70~80년대생들이라 후계 경쟁구도가 갖춰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를 필두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사장을 GS그룹 차기 구도의 이른바 ‘빅4’로 꼽고 있다. 이들은 알음알음 ㈜GS 주식을 사들이며 향후 벌어질 회장 레이스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세홍 사장이 GS그룹의 핵심인 GS칼텍스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섰다고 보지만 이번에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맏아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또한 유력 후보군이다. 다만 몇몇 그룹과 달리 GS 일가 4세들 간의 분쟁 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씨 일가는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가족회의를 거치는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양반의 고향인 진주 출신인 만큼 유교 가풍을 중심으로 한 위계질서 문화가 강한 편이다. 특히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홍’자 돌림인 오너 일가 4세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제 막 사회에 걸음을 내디딘 GS그룹 4세들은 검소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등 집안 어른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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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