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는 알아주는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하며 뒤늦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호기롭게 사표는 던졌지만 배우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단역도 겨우 얻을 정도로 그에게 펼쳐진 세상은 가혹했다. 프로필을 돌리면서 어떻게든 배우로 살아남고자 했다. 오라는 곳은 없지만 연습실에 가고, 뒷산도 갔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던 중 리건 감독과 만났다. 그냥 인사만 드리자는 마음으로 간 거였는데 리건 감독은 날카롭게 충고를 했다. ‘ 성태씨 지금은 그런 모습으로는 배우는 못한다’고. 그때가 7년 전이다. 당시 충격을 받은 허성태는 혼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오기 아니 ‘독기’를 품은 허성태는 눈에 불을 켠 채 운동도 열심히하고 나름의 관리에 들어갔다. 그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 이후로 하나 둘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명 시절 ‘신의 한 수’ 1편의 오디션에 떨어진 경험이 있는 허성태에게 ‘신의 한수2’이 문이 열렸다. 허성태는 이번 작품에서 이길 때까지 끈질기게 판돈을 걸고 초속기 바둑을 두는 악랄한 캐릭터 ‘부산잡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좋은 작품의 후속에 참여해서 뿌듯하다. 과거에 감독님께서 해주신 그 독설이 너무 고맙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 독설을 듣지 못했다면 저는 그냥 찌들어있었을 거다. 정말 큰 자극을 받았고 감독님의 그 말이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계기를 준 것 같다 . 이후 감독님이 함께 하고 싶었다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부산 잡초’라는 역할은 그런 오기가 필요한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
‘부산잡초’는 모든 것을 도박에 걸 수 있는 인물이다. 배우 허성태는 모든 것을 ‘연기’에 걸었다. 쉽지 않은 배우의 길을 걸으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돌아서자고 포기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너무 힘든 순간이 올 때 마다 독기 아닌 독기로 버텼다”말했다.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어머니가 계신 부산으로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가 없는 사나이의 자존심도 한몫했다. 이제 아들 허성태는 어머니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그는 “어머니가 아직도 부산 시장에서 이불 장사를 하시는데 주변 분들에게 자랑을 하신다. 다만 가게에 내 사인은 없다. ”며 애써 기쁜 마음을 감추며 말을 이어나갔다.
허성태는 영화 ‘밀정’, ‘범죄도시’, ‘남한산성’, OCN 드라마 ‘왓쳐’ 등 선 굵은 역할로 주목받았다. 그 인생의 ‘신의 한수’는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것. 그는 “아내와 결혼을 안 했으면 연기를 못했을 것이다. 사실 부인이 걱정을 많이 하며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날 전적으로 밀어주겠다는 말을 한 것 보단, 내게 ‘그냥 해보라’고 해줬다”며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초심’ 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자 했다. “ 내가 단역부터 주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끈기’ 덕분이다.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는 매 작품에 충실하고 싶다. 딱 요새처럼만 생활했으면 좋겠다. 주연 제안이 오면요? 당연히 기쁘게 하겠죠.(웃음”
한편, 허성태는 ‘신의 한수2’ 뿐 아니라 최근 개봉한 ‘열두 번째 용의자’에 이어 ‘블랙머니’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후 내년 개봉하는 영화 ‘히트맨’에서 권상우와 연달아 호흡을 맞춘다.
[사진=양문숙 기자, CJ엔터테인먼트]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