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차산업혁명시대에 수포자·과포자 급증한다니

중학교 3학년 학생 10명 중 1명은 과학수업을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만명을 대상으로 ‘국가학업성취도(학력)’ 평가를 한 결과 과학에서 중3 학생의 11.5%가 기초학력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6.6%)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수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1%에 달했다. 수학은 교육부가 매년 10%대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발표하면서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말까지 생겼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수포자보다 ‘과포자(과학포기자)’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중3 학생의 53%는 과학수업을 50%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국어(18%), 수학(37.7%), 영어(34.2%)에 비해서도 최대 3배 가까이 높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과학 학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학생들의 과학 학력이 추락하는 것은 과학이 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이 되고 과학 선택과목 개수도 줄면서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문과든 이과든 모두 수능에서 과학탐구 시험을 쳤지만 2005년 선택형 수능이 도입된 후에는 이과의 선택과목이 됐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활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혁명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나라와 기업의 번영과 몰락이 결정된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과학과 수학은 이러한 시대에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우리의 생존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에서 과학 비중을 높이거나 과학·수학적 사고를 키우는 스팀(STEAM) 교육을 확산시키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과학의 바탕이 허물어지면 정부가 아무리 4차 산업혁명 운운해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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