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느 빠이에 프랑스 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프랑스는 출산율이 낮기로 유명한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산아국이다. 2017년 합계 출산율 1.88명을 기록해 평균 합계 출간율 1.59명에 불과한 EU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인근 국가에서는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비결은 이민 여성의 높은 출산율 덕분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프랑스 여성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이 프랑스의 전체 출산율 상승으로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아리안느 빠이에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 선임연구원은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출산율이 프랑스 전체의 출산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연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 며 “이민자 여성들의 출산율이 프랑스 태생 여성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프랑스의 출산과 육아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INED의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프랑스 태생 여성의 출산율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민자 출신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2014년에 2.75 △2015년 2.71 △2016년 2.72 △2017년 2.60을 기록했다. 프랑스 태생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2014년 1.88 △2015년 1.83 △2016년 1.79 △2017년 1.77을 기록했다.
그러나 프랑스 여성 전체의 합계 출산율은 △2014년 1.99 △2015년 1.94 △2016년 1.91 △2017년 1.88로 프랑스 태생 여성의 합계 출산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 전체 출산에서 이민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6~18.8%(2009년~2017년)로 같은 기간 프랑스 태생 여성의 출산 비율인 84.0%~81.2%보다 낮기 때문이다. 빠이에 수석연구원은 “프랑스 태생 여성의 출산율은 2017년의 경우 1.77이지만 프랑스 전체 출산율은 1.88로 0.11포인트 차이가 난다” 며 “결국 이민자 여성이 프랑스 전체 출산율에 기여하는 부분은 여성 1명당 0.11에 불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프랑스 정부나 연구기관은 프랑스의 출산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일까? 그는 “출산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 세계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프랑스 역시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2007년 29.8세에서 2010년 30세를 기록한 뒤 2017년에는 30.7세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낮아지지 않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이와 관련,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와 경제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출산 시기가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있다” 며 “이런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산 및 양육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가정의 양립뿐만 아니라 출산율 상승,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프랑스 정부가 남성에 대한 육아휴직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아빠의 출산휴가를 현재 2주에서 3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확대 방안에 대해 정작 환영하는 사람들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만큼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배우자들이 양육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파리=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