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면전에서 美 비판한 中 왕이

"약한자 괴롭히는 것 반대"
다자무역 체제 수호 강조
회담 예정된 90분 넘겨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외교 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미중 패권전쟁 한가운데 자리한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만나 “현재 세계 안정과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을 (중국은)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 물론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도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주의를 지적했다. 왕 부장이 강 장관의 면전에서 미국을 비난한 것은 한국 정부가 중국 견제책인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장관과 왕 부장이 관련) 정세 논의는 했다”며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 등 미중갈등 관련 이슈도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강 장관은 왕 부장의 모두발언에 앞서 “정상 및 고위급 교류 활성화 방안, 경제·환경·문화·인적교류 등 실질협력 증진 구상과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한중 간 협력 방안, 또 지역 그리고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는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진행돼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할 사안도 많았다. 많은 합의도 이뤘다”고 설명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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