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이 3일 서울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권은 너무 위선적”이라며 “조국 사태와 선거 개입, 감찰 무마 의혹 등을 보면 이중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의 첫인상은 참으로 부드럽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역동적이다.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택시기사와 웨이터·수위 등 온갖 고생을 한 뒤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귀국한 뒤 변호사와 청와대비서관, 교수, 사업가를 거쳐 유튜브 ‘핵콕TV’를 운영하며 인생 4막을 열었다. 그의 유튜브는 정치·외교안보·경제·경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강의실 같다. 전 회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의 리더십은 너무 위선적이고 이념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적폐 청산을 외쳐온 정권에서 벌어진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보면 이중성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경제의 기본원리도 모르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국민 5,000만명을 상대로 실험했다”며 낙제점을 줬다. 그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타협이 이뤄진다면 한국도 핵 무장을 선언해야 인도·파키스탄 관계처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해왔다. 세종대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뒤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기업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IGM세계경영연구원을 15년 동안 경영하다가 지난봄에 매각했다. 요즘은 법률사무소 고문과 금융기관 사외이사 등으로 있으면서 유튜브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무역분쟁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동서 냉전 해소로 블록 간 대결이 없어지고 군웅할거 시대가 됐다. 사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리 외교를 하는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미중 갈등이 증폭됐다. 중국산 제품 수입 급증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든 것이 신보호주의로 흐른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중국을 두려워하게 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사상체계로 국민을 세뇌시키면서 자신을 신격화하고 주석 임기제 폐지를 통해 영구 집권을 시도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세계 80개국에 1,000억달러를 뿌리면서 야심을 보였다. 미국은 이 시점에서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정리될 것이라고 보는가.
△미중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한 것처럼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 경제적 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의 정치체제가 왕정에 가깝게 됐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이 미국 등 서방 민주국가 중심의 연합국과 대결을 벌였다. 요즘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고 미국과 일본이 이에 대응하려는 구도다. 유럽연합(EU)도 이런 구도에서는 결국 미국 편에 서게 될 것이다. 무기를 동원한 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경제 중심의 세력 대결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알 수 없다.
-한일 갈등이 격화되다가 최근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선언함으로써 일단 숨을 돌렸다. 앞으로 양국이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징용 배상금이 1인당 1억~2억원 정도일 경우 피해자가 총 1,500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강제징용 해법에서 돈이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명분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고 일본은 지난 1965년의 청구권협정을 강조하는 법적 이슈로 다루려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갈등 현안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되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이 우리 편에서 일본을 설득하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제징용과 관련해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1+1+α(한일 기업+민간 성금)’ 기금으로 강제징용 배상금을 지급하는 타협안을 적극 검토해 일본과 접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서로 해제해 협력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비핵화 협상이 잘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년 동안 핵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대접받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장기간 이렇게 가다 보면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 편을 들면서 제재가 무력화된다. 북한의 핵 보유도 기정사실화된다. 북한은 미중 냉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북핵 폐기는 어렵더라도 한국의 내년 4월 총선이나 미국의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 등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게 타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의 협상 실패이고 한국 안보에는 정말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상황에선 한국은 핵 무장을 선언해야 한다. 그런 지렛대를 갖고 안보를 지키면서 북한·미국 등과 협상해야 한다. 이웃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는 어떻게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하는가.
△우선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블록이 붕괴됐기 때문에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미국이 과거처럼 적극 도와주기는 어렵다. 독자적으로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핵 무장을 선언해야 한다. 북한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우리도 힘을 갖고 잘 지내야 한다. 또 미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면서 미국·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중국에 너무 가까이 가려는 것은 한미동맹 관계를 희생하게 되므로 위험하다.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서로 밉게 보이지 않도록 지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잘 지내려면 노련한 외교술이 필요한데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들이 아마추어여서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비롯한 경제 정책에 대해 성적을 매긴다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경제의 기본 원리도 모르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가짜 이론을 갖고 국민 5,000만명을 상대로 실험한 셈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면서 경제도 좋아지면 최고이지만 실제 경제에서는 그렇게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게다가 경제를 모르는 청와대 참모들이 전문성을 가진 행정부 관료들을 제치고 주인공처럼 나서다 보니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됐다.
-문재인 정권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위선적이고 이념적인 리더십이다. 평등 이념을 내세우면서 아직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적폐 청산을 외쳐온 정권이 저지른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특권과 불법의 전형을 보여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경찰에 첩보 문건을 보내고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공영방송의 불공정 보도 논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통해 현 정권의 이중성을 알 수 있다. 위선적인 리더십 때문에 국민 신뢰를 잃고 국론 분열이 증폭되면서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내각보다 청와대 참모들이 전면에 더 나선다는 지적이 있는데.
△내각이 나서면 수백명·수천명의 머리와 발을 빌릴 수 있는데 청와대 참모가 나서면 불과 몇 명이 뛰는 효과밖에 없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관련해서도 부처의 백전노장들과 똑똑한 관료들이 힘을 합치면 부작용을 막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각 관료를 바지저고리로 만드는 처사는 국정운영의 기본 원리를 모르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보수의 영혼’이라는 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가.
△보수의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쓰려고 했다. 보수의 기본 가치는 ‘자유와 선택의 원칙’이다. 보수가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면 진보는 불평등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나라가 잘되려면 보수와 진보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
-한국 보수 세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몰락 위기까지 갔었다. 보수의 위기 원인과 재건 방안은 무엇인가.
△보수의 위기는 보수 정치세력인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철학과 가치로 사회적 쟁점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도 자유와 선택 등 보수의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 보수 재건은 가치를 다시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세 가지 가치인 자유와 선택, 자부심을 재확인하고 그것들을 회복해가야 한다. 보수 세력이 도덕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 세력의 성찰 필요성도 거론되는데.
△진보는 순수하고 약자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진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 중 상당수가 위선을 듬뿍 가진 진보임이 드러났다. 조 전 장관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공통점이다. 진보 세력의 근본적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뉴욕의 저명한 로펌에서 일하다가 귀국해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했다.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과 세종대 경영대학원장·부총장,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도 지냈다. 이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가르치는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창립하고 회장을 지낸 뒤 올해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