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이견 있지만..."中 도전에 공동 대처" 한목소리 낸 나토

“대서양 유대·집단안보 약속 유지”
“중국 영향력 확대, 기회이자 도전” 첫 공식 인정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념 사진 촬영을 위해 입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왓퍼드=AFP연합뉴스

방위비 분담금 등 민감한 문제를 놓고 마찰음을 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정상들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테러 위협에 맞서 단합을 약속하고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영국 런던 교외 왓퍼드의 한 호텔에서 폐막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런던 선언문’에서 “도전의 시기에, 우리는 동맹으로서 더 강하다”며 “우리의 유대와 상호간 약속은 우리의 자유와 가치, 안보를 70년간 보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유럽과 북미 사이의 대서양 유대와 (집단안보 원칙을 명시한)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약속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나토의 근간인 나토 조약 5조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동맹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공동 선언문은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는 나토 내부의 갈등이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나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일방적인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 이에 따른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 공격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 등으로 최근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또 이번 선언문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전략적 도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중국은 이날 정상회의 의제에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선언문은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나토의 양대 축인 유럽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국가는 중국이 야기하는 위험을 강조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동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를 반기는 입장이었다.

선언문은 중국 화웨이를 겨냥해 5세대 이동통신(5G)을 비롯한 통신 안보를 보장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언문은 “나토와 동맹국들은 5G를 포함해 우리의 통신 안보를 보장하고, 안전하고 탄력적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전념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에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해왔다.

나토 정상들은 또 안보 비용과 책임을 나누겠다고 천명하고 계속해서 모든 종류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개별적, 집단적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3년 연속으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를 내년에는 열지 않고 2021년에 다시 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나토 정상회의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AP는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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