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로고 /EPA연합뉴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이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프린터·PC 제조업체 HP 이사회의 결정을 ‘밥그릇 지키기’라며 비판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아이컨이 이날 HP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HP 이사회의 반항(인수 거부)이 독자적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에 따라 결정된 것인지 믿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아이컨은 HP 주주들에게 HP 이사회에 제록스의 인수 가능성을 더 탐색해보도록 호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HP 이사회의 인수 제안 거부가 이기적인 동기 때문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나로서는 HP가 관례적인 상호 자산 실사를 거부할 타당한 설명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나 이사 자리를 보전하려는 지연 전략이 아닌가 궁금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얘기가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난 몇십 년간 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자신들의 막대한 수입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것도 하기를 거부한 경영진과 이사회에 맞섬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며 “이는 아이컨 엔터프라이즈뿐 아니라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이컨은 HP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에서 갑판의 간이의자를 정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HP가 10월 발표한 비용 절감 구조조정안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HP는 2022년 말까지 7,000∼9,000 명을 감원해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록스가 HP 일반 주주를 상대로 한 적대적 인수를 선언한 상황에서 아이컨의 서한은 제록스와 한 배를 타고 HP 주주들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복사기·프린터 제조사 제록스는 두 차례에 걸쳐 HP를 총 335억 달러(약 39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HP 이사회는 이를 거듭 거절했다. 이에 제록스는 일반 주주를 상대로 HP 주식을 매집하는 적대적 인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아이컨은 양사 합병이 비용 절감은 물론 프린터 분야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합병을 적극 밀고 있다.
제록스 주식 10.85%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컨은 최근 HP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매입해 HP 지분도 4.24% 갖게 됐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