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원금손실 배상비율을 역대 최고인 80%로 제시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 영업점 직원의 과실이 아닌 은행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이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동안의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은 영업점 직원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이번은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 전략,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등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최고 배상비율이 동양 때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은 당국이 그만큼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이번 사태를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분조위는 기본 배상비율을 30%로 설정했다. 기존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적합성원칙·설명의무 등을 위반할 경우 보통 30%의 배상비율을 적용해왔다. 이번 사례에서도 은행은 손실 감내 수준 등 투자자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상품을 권유한 게 아니라 DLF 가입이 결정되면 직원이 서류상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내부통제 부실책임 20%를 더했고 초고위험상품특성 5%도 합산해 55%를 뼈대로 잡았다. 여기에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설명을 소홀히 한 경우나 모니터링콜에서 ‘부적합 판매’로 판정됐음에도 재설명하지 않은 경우를 가중 사유로, 반면 금융투자상품 거래 경험이 많거나 거래 금액이 크면 감경 사유로 보고 가감해 40~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이 제로라는 것을 강조한 사례는 75% 배상을 결정하고 예금상품을 요청한 고객에게 기초자산을 잘못 설명해 손실을 일으킨 케이스에는 65%를 결정했다. 기초자산을 잘못 이해한 것을 알고도 설명 없이 판매한 경우는 55%,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정성만 강조하거나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한 경우는 40%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번 6건의 사례를 기준으로 은행에 피해보상 가이드라인을 전달할 예정이다. 앞으로 은행과 피해자 간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사태가 마무리되지만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금감원에 다시 분조위 개최를 요청할 수 있다. 법원에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은행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 측은 “이전부터 분조위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힌 만큼 빠르게 배상절차를 진행해 고객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향후 소송전 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피해자단체는 DLF건이 은행의 명백한 사기 판매였다고 주장한다. 또 개별 건별로 차별화된 배상비율을 낼 것이 아니라 집단분쟁으로 보고 일괄 배상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로 기관·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도 관심이다. 향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후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액이 100억원, 건수로는 500건 이상이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 임직원의 경우 불완전판매액이 10억원, 50건 이상이면 감봉 등 문책경고, 정직 등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된다. 조사 결과 전체 판매액 7,95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불완전판매로 추정되면서 중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태규·이지윤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