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의존도 30%인 핀란드가 올킬루오토섬에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 공사현장. /포시바 홈페이지 캡처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등 22개국은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40~50년 동안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재처리 또는 영구처분 결정을 내리기 전에 기술적 진전 상황과 국민 여론을 봐가며 시간을 벌자는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영구처분 방식을 결정하고 정책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핀란드와 스웨덴·캐나다·스페인·미국 등 8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핀란드와 스웨덴·프랑스 등 3개국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까지 확정한 상태다.
원전 의존도가 30% 정도인 핀란드는 고준위 방폐장 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로 꼽힌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1983년부터 부지 물색에 나서 17년 만인 2000년 올킬루오토섬을 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의 건설허가를 취득했다. 건설·운영을 맡은 포시바는 원전 회사가 공동 출자한 전담기관으로 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동의를 거친 뒤 국회 동의(2001년)로 최종 추인까지 받았다는 점은 국민 여론 수렴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실험용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을 각각 운영한 뒤 URL을 확장해 영구처분장으로 삼은 핀란드 모델은 전 세계 원전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은 10월 포시바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인접국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다. 현재 건설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뷰어 지하연구소 인근을 영구처분시설로 확정하고 건설허가 신청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두 나라는 2020년대 중반~2030년대 초반에 영구처분장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영국은 1997년 후보지를 선정하려다 지역주민의 반발로 수포로 돌아가자 2000년 들어 우리나라처럼 공론화 방식으로 선회했다. /권구찬선임기자 chan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