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유임시켰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각사별 부문장급에는 젊은 피를 수혈해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의 실행력을 높였다. 지난 8월 직급을 폐지하면서 전무·부사장 승진이 사라진 것도 특징이다.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2020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규 선임 108명, 사장 승진 9명으로 총 117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에너지·화학위원장을 맡았다. 기존에 김 사장이 담당하던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자리는 장동현 SK㈜ 사장이 이어받았다.
SK㈜가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홀딩스와 SK㈜ C&C는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를 위해 SK㈜ C&C는 박성하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룹 내 전략 및 투자통으로 알려진 박 사장은 신성장동력 발굴 경험을 바탕으로 C&C 도약을 책임지게 됐다.
차규탁 SK루브리컨츠 기유사업본부장은 SK루브리컨츠 사장에 내정됐다. 차 사장은 석유사업 마케팅, 신규사업 개발 등 풍부한 석유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 최진환 ADT캡스 대표는 SK브로드밴드 사장, 이용욱 SK㈜ 투자2센터장은 SK머티리얼즈 사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은 SK실트론 사장으로 이동해 그룹 내 반도체 생태계 시너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와 박찬중 SK디스커버리 총괄은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진교원 SK하이닉스(000660) D램개발사업담당과 진정훈 SK하이닉스 글로벌 디벨롭먼트그룹담당도 각각 사장을 달았다. 조돈현 수펙스추구협의회 HR지원팀장은 SK유니버시티 사장으로 내정됐다.
SK는 여성 및 외국인 임원을 선임해 그룹 경영의 다양성 또한 높였다. 여성 임원은 역대 최대인 7명을 신규 선임해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가 27명까지 확대됐다. 외국인 리더 가운데 장웨이 중국사업개발 전문가와 에릭 데이비스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임원으로 선임해 그룹 내 글로벌 문화 확산에 힘을 실었다.
SK그룹이 직급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뒤 첫 임원 인사인 만큼 규모 자체는 줄었다. 기존의 전무·부사장 승진이 사라지고 신규 선임만 남았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도입된 새로운 임원 제도로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주요 포지션으로 대거 전진 배치됐다”며 “연공과 직급의 벽이 사라지고 임원의 적재적소 배치가 쉬워졌을 뿐 아니라 세대교체의 실질적 속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각사에 ‘행복조직’이 신설된 것 또한 특징이다. 경영활동 전반에서 구성원과 고객의 행복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행복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사람과 조직의 재설계라는 의미가 크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국가 경제와 국민 행복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