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서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규정한 경우는 대법원의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사이에 무엇이 우선이었느냐가 쟁점이었지, 단협을 통한 근로조건 변경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근로기준법 97조에 따르면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무효다. 반대로 해석하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보다 유리할 때는 근로계약상의 근로조건을 우선 적용한다. 대법원은 2017년에도 비슷한 취지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측은 “반면 노조법에서는 단협을 위반한 취업규칙 혹은 근로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했다”며 “이 경우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이 단협보다 불리할 경우뿐 아니라 유리할 때도 단협이 우선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규정했다고 해도 이번 판결이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는 근로계약서에 연봉을 기입했던 것과 달리 일반적으로는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연봉 액수까지 기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 근로계약에서 취업규칙에 위임하지 않고 계약서에 구체적인 연봉을 취업규칙보다 유리하게 쓴 경우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판례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등에는 소정근로시간·유급휴가 등 다양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그중 어떤 것을 기존 근로계약보다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뀐 취업규칙이니 효력이 없다고 간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이 줄어든 것만 판단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다른 건에 대해서는 또 소송으로 판례를 만들기 전에는 논쟁이 불가피하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는 과반 노조와 합의를 거쳐 취업규칙을 개정하게 된다 해도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계약의 중핵적인 부분은 근로자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