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주요고객이자 최대 위협인 ‘양날의 칼’ 화웨이

화웨이, 삼성 5대 고객사 중 하나
반면 스마트폰 목표판매량 3억대로 상향하며 삼성 추격
AP,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격돌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탑재 늘릴 경우 삼성 매출 급락 전망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삼성전자(005930)에게 점점 ‘양날의 칼’ 같은 존재가 돼 가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주요 5대 고객사 중 하나지만 5G 통신 장비를 비롯해 스마트폰,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중국제조 2025’에 여전히 박차를 가하고 있어 삼성전자 매출 기여도가 6년 뒤에는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삼성전자의 3·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5대 주요 매출처에는 애플·베스트바이·도이치텔레콤·버라이즌과 함께 화웨이가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삼성에서 스마트폰에 탑재 될 메모리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OLED) 패널 등을 공급받으며 베스트바이는 가전제품을, 도이치텔레콤과 버라이즌은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를 제공받는다. 이들 4개 사업자는 수년전부터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에 이름을 올린 반면 화웨이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요 목록에 빠짐없이 등장 중이다. 화웨이 또한 애플처럼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반도체 등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받는다.


화웨이와의 거래는 삼성전자에게 외형상 이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올들어 3·4분기까지 중국 매출이 28조3,129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3조3,811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지만 화웨이 덕분에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24%를 기록한 와중에 중국 고객사 중 화웨이의 존재감은 되레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화웨이는 5G 장비 제공 시 삼성전자나 에릭슨 대비 60% 정도의 가격만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져 5G 활성화를 통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상승을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일견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반면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결국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화웨이의 주 매출원은 삼성전자 IM(IT & Mobile Communications)사업부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5G 관련 네트워크 장비는 화웨이가 삼성전자 대비 기술 및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스마트폰도 화웨이의 사정권에 들어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2·4분기 판매량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4%로 1위이며 화웨이가 15.8%로 2위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1.1%p, 화웨이는 2.5%p씩 각각 상승했다. 미국의 중국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제한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막강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덩치를 되레 키웠다. 미국의 제재가 없었다면 화웨이가 내년께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많다. 화웨이는 최근 대만 폭스콘 측에 스마트폰 5,000만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주문하고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는 올해 대비 20% 늘어난 3억개로 상향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격돌이 불가피 하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퀄컴과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화웨이 또한 ‘기린’ 시리즈로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자체 AP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프로세서(NPU)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전략도 모방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화웨이의 AP 시장 점유율은 2016년3.2%에서 지난해 11.3%로 껑충 뛴 반면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2%에서 12.9%까지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 2·4분기 점유율은 화웨이가 12.9%, 삼성전자가 13.1%로 화웨이가 턱밑까지 쫓아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중앙처리장치(CPU)코어 개발을 위한 ‘몽구스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기술력 향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화웨이의 추격까지 걱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 향상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수년 뒤에는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마저 급락할 수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10년간 D램 생산 등을 위해 8,000억위안(약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최근에는 엘피다메모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사카모토 유키오씨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19나노 기반의 D램 공정 수준 향상으로 내년 월 웨이퍼 4만장 규모의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며 YMTC는 내년 연말까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월 6만장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 점유율을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다 중국 특유의 ‘자국기업 우선주의’를 감안하면 화웨이가 내수용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자국산 D램 및 낸드플래시 탑재량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응해 스마트폰 부품을 자체 제작하거나 수입처를 바꾸며 ‘기술자립’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메이트 30’은 미국산 부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 등에 의존하던 AP는 화웨이 자체 생산품으로 바꿨으며 오디오칩 조달처는 미국 반도체 기업 시러스 로직에서 네덜란드의 NXP로 교체했다. 미국 코보와 스카이웍스에서 조달했던 전력 증폭 장치 부품도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D램은 미국의 마이크론이 아닌 한국산 제품을 사용중이지만 이 또한 몇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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