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전 11시부터 30분간 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양 정상의 전화 통화는 지난 5월 8일 이후 7개월 만, 직접 소통은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한미정상회담 이후 74일 만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대남 대미 협박성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 논의에 나선 것으로 풀이 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미정상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이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통화를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분이라는 통화 시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까지 북미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을 더 공개하기는 어렵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도 “북미 간에 비핵화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며 얘기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의 갈등 요인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 대한 이날 통화 중에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연말 앞두고 대미 경고 쏟아내는 북

이날 양 정상의 통화는 무엇보다 최근 북한의 예사롭지 않은 동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충격에 빠졌다가 이후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았다. 또 일방적으로 제시했던 협상 시한 ‘연말’이 다가오자 최근 들어 거의 연일 주요 인물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어름장을 놓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5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필요시 대북 군사력 사용’과 ‘로켓맨’ 발언에 대해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앞서 4일에는 군 서열 2위 박정천 총참모장이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군마 등정에 동행하기도 했던 그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라고도 했다.


이들 외에도 북한은 김명길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등 고위 당국자들을 내세워 미국에 ‘새 계산법’을 갖고 오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발신해 왔다.


김정은, 서해 포사격 지시하고 백두산 등정

게다가 김 위원장의 군 관련 공개 행보도 잦아지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난 달 16일 전투비행술 대회 참관, 18일 낙하산 부대 강하 훈련 참관, 25일 도서 지역 군사시설을 직접 시찰 소식을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서해 창린도에서 해안포부대에 포사격을 지시해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백두산 백마 등정도 재감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백두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려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인물들을 내세워 연말 시한부 협상을 압박을 강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북한 김씨 정권의 상징적 장소인 백두산·삼지연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면서 일대 변화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엔진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동창리 발사장의 최근 상황을 전했다. CNN은 이전 사진과 달리 5일 사진에서는 미사일발사장 앞에 대형 컨테이너가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들베리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국장은 “이는 위성발사대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의 시험을 재개하려는 준비 작업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한반도 일대 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일 미 공군은 정찰기 코브라볼과 리벳조인트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켰다. 군 일각에서는 예년과 다름 없는 정찰 활동이라 평가했지만 또 한편에서는 미국 역시 의도적으로 ‘눈에 띄게’ 정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북미가 대화 국면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이날 한미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대화’ 임을 한번 더 확인함에 따라 북미 관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지 모른다는 우려는 일단 더 커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