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힌 북한 국방과학원의 대변인 담화를 보도했다. 사진은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서해위성발사장. /연합뉴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전날 밝힌 데 대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협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시험은 로켓 발사와 관련된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협상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 상황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협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앤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트위터 글에서 이번 시험은 지상 엔진 시험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북한이 이 시험의 ‘전략적 지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2017년 3월 18일 엔진 시험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엔진 시험 후 ‘대승리’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이 어떤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세계가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판다 연구원은 전했다. 북한은 엔진 시험 후 그해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ICBM급 화성-14를 시험 발사했고 같은 해 11월 29일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화성-15를 시험 발사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트윗에서 “이것은 매우 불길하다”며 ‘외교적 출구’ 없이 2017년과 같은 상황을 2020년에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기 체계 분석가인 네이선 헌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발표는 (핵·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끝내는 데 있어 첫번째 확실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내세웠던 미국과의 대화 모색에 앞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를 선언했지만, 더는 서방에 좋은 홍보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헌트는 말했다.
FAS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단거리 미사일 시험들로 꽉 찬 1년을 보낸 후, 북한 정권은 완전한 시험 프로그램을 재개하기 직전에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미국에 전향적인 협상 태도를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트윗에서 “지금 문제는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하기로 선택하느냐는 것”이라며 “그는 채찍을 위해 당근을 한쪽으로 밀어내는 2018년 이전 정책으로 돌아가거나, 훨씬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외교를 계속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안전보장 등을 제시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 제한 등의 양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조금 더 시간을 끌면서 가능한 한 고통 없이 새해를 맞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도 트윗을 통해 “북한은 미국 및 한국과의 데탕트(긴장 완화)가 수명을 다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주 백악관의 두 고위 관리는 나와 만남에서 ICBM 시험 발사를 ‘레드라인’이라고 불렀다. 김 위원장이 절제된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