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채용때 여성 비율확대' 역차별 논란

성평등 임금공시서 여성 경력단절·유리천장 확인됐지만...
여성 진출 장애물 해소 위해
상위직급 기회보장 등 추진에
"기관별 특성 고려를" 불만도

자치구의 일자리박람회.

서울시가 국내 처음으로 22개 산하기관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를 9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비율이 낮고 기술전문직이 많은 기관일수록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짧았다. 여성들이 경력단절로 구조적인 핸디캡을 갖고 있는데다 고위직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산하기관에서는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여성채용비율 확대·상위직급 여성 진출기회 보장 등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시는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지난해 성별임금격차를 기관·직급·직종·재직년수 등으로 조사해 서울시 홈페이지에 이날 공개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다. 지난해 내내 근무한 각 기관의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2만2,361명이 조사대상이며 중위값을 기준으로 격차가 계산됐다.

여성 근로자 비율과 성별 임금격차(양의 값이면 남성 중위값이 높고 음의 값이면 반대. 예를 들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 임금의 중위값이 100만원이면 여성임금은 70만원이라는 의미임)를 기관별로 분석하면 대체로 반비례했다. 여성 근로자 비율이 8.7%로 서울시 산하기관 중 가장 낮은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성별임금격차는 25.5%에 달했다. 다음으로 여성 근로자 비율이 낮은 농수산식품공사(12.8%), 에너지공사(16.0%)도 각각 28.8%, 40.1%의 임금 차이가 났다.



평균 근속기간도 임금 격차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서울시설공단의 경우 남성의 평균근속기간이 여성보다 36.3시간 길었으며 성별 임금도 22.6% 차이가 났다.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유리천장’도 확인됐다. 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직급인 1~2급에 여성 임원이 없었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1~3급 남성임원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반면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고 근속기간에 차이가 없을수록 성별 임금의 차이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120다산콜센터는 여성근로자 비율이 86.3%이고 평균근속기간도 여성이 0.8개월 길었으며 성별 임금격차는 6.4%에 불과했다.

유리천장·경력단절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구조적 장애물이 존재하며 임금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성평등임금공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 및 산하기관 더 나아가 민간기업까지도 자율적 참여를 유도해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성차별 노동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채용 때 여성 비율 확대 △상위직급에 여성 진출 기회 보장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중단 예방 등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채용에서부터 여성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역차별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있으며 최근 기술직에서도 여성 입사자가 많아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시에서도 “고용이 호황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채용을 규제하는 것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산하기관 관계자도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성별·학벌 등에 무관한 방식의 고용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기관별로 임금 격차에 대한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강인구 SH공사 인사노무처장은 “상위직급에 남성인원이 많은 이유는 업무 특성이 건설업종에 기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승진 등에 성별 간 차별을 두고 있지 않으며 최근 입사한 인원의 경우 남성 56%, 여성 44%로 동등한 수준의 비율을 보이며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추후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개선계획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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