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 회장 별세]‘세계경영’ 김우중이 세상에 남긴 말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1989년 에세이집 100만부 돌파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22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업 5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김 전 회장 모습./연합뉴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꿈이요 희망인 젊은이들에게 내가 살면서 직접 겪고 깨달은 바를 들려주기를 바라왔다. 창가로 비쳐드는 옥포만의 달빛을 바라보며 어슴푸레 하늘이 열리는 새벽녘까지 가지런히 모은 생각 중에서 다음 세대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의 편린들을 모아보았다. 젊은이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좁아졌지만 세상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있고,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도 많다. 그 길을 가고 그 일을 해내는 용기 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역사는 조금씩 전진해 온 것 아닌가. 젊은이여! 우주를 생각하고 큰 뜻을 품어보라.”(김우중 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中)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 향년 83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그가 세상에 남긴 말들의 의미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창업 후 수출만으로 회사를 초고속으로 성장시켜 ‘대우신화’라는 신조어와 함께 샐러리맨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1978년 사재를 출연해 대우재단을 설립하고 낙도·오지 의료지원사업을 펼쳤으며, 1980년에는 개인 재산 전액을 추가로 출연해 기초학문연구지원사업을 시행했다. 1983년에는 국제상업회의소에서 3년마다 수여하는 이른바 ‘기업인의 노벨상’인 국제기업인상을 아시아 기업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같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은 에세이집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1989년 펴내 6개월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며 최단기 밀리언셀러 기네스 기록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세계를 무대로 현장을 누비며 굴지의 기업을 일으켜 세운 김 전 회장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삶의 교훈과 인생철학은 물론 새로운 길을 향해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에세이집에 제시된 ‘세계 경영’은 1990년대 들어서 빛을 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세계경영’을 기치로 신흥시장 진출에 나서며 대우를 개발도상국 기업 중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문위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 바로 김 전 회장이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 와중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했으나 단기 유동성 위기, 경제 관료와의 관계 악화로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는 이후 대우그룹 내부에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집필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는 경제관료들의 정치적 판단 오류 때문”이라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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