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 서울대 기금 2,000억원 굴린다…첫 대학기금 위탁

저금리에 예금위주 자체 운용으론 한계
삼성자산, 외부위탁운용(OCIO)로 선정
6년간 주식·채권 등 분산투자
운용업계, "서울대 상징성 커"
타 대학·재단도 수익률 제고 확산…5조원 시장 기대


삼성자산운용이 서울대학교 대학발전기금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위탁운용업무를 따냈다. 대학이 기금 또는 적립금을 외부 전문기관에 운용을 맡긴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향후 대학들이 자산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외부 위탁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대 발전기금은 삼성자산운용을 발전기금 위탁운용기관(OCIO)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기금의 투자를 맡게 된다. 서울대 발전기금 규모는 총 약 5,000억원으로 이중 원금을 보존해야 하는 기본재산인 약 3,000억원을 제외한 2,000억원이 투자 대상이다. 그동안 서울대 발전기금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해왔으나 대부분 원금 보장 위주의 금융상품에 집중해왔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확정금리형 또는 채권 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해도 재단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다양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외부운용기관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기금 측과 계약을 맺은 후 향후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하는 목표 수익률에 맞춰 주식·채권·대체투자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투자를 맡게 된다.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초기 목표수익률은 약 2.5~3%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공고가 났을 때부터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최종 심사에도 운용사 6곳, 증권사 5곳 등 총 11곳이 참여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운용규모가 크지 않고 운용보수도 0.06%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서울대에서 기금 운용기관으로 선정되면 향후 타 대학이나 퇴직연금 등의 OICO로 선정되는 데 유리하다”며 “약 5조원으로 추산되는 대학 기금 위탁운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은 기금과 적립금을 예금과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으나 갈수록 금리가 떨어져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현재 사립대 적립금은 7조8,585억원, 사립전문대의 경우 2조4,506억원에 달한다. 사립학교법상 등록금에서 전입된 건축적립금을 제외한 적립금의 2분의1 한도 내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예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운용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반값 등록금 등으로 어려운 대학 재정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학들이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장학금·연구비 등의 지원을 늘려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버드대로 하버드대기금은 별도의 투자회사 HMC를 통해 주식·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면서 2018년에는 10%, 2019년에는 6.5% 등 설립이래 연 11%의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서울대가 처음으로 OCIO를 도입해 성과를 거두면 타 대학이나 재단으로도 외부위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도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보다 투자해 수익을 내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적립금은 건설·장학 등 용도가 정해져 있는 등 규제가 많아 투자가 자유롭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혜진·한동훈·이경운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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