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구체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등 북한에 대한 우군의 지원 차단에 주력하며 대북제재 포위망 강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협상 당사자인 한미와 대화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경제·안보적으로 긴밀한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강화는 북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외치며 미국을 향해 강경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이 중러의 경제적 지원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이 시작되면서 중러의 대북제재 포위망도 느슨해졌다. 지난 9월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 이후 북한과의 무역·금융 거래 등 제재 회피를 도운 러시아인 등 22명을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 간의 불법적 거래를 통한 제재 위반이 횡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양측 간의 교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지난 7월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 한 달 간 러시아로부터 843만 5,000달러(한화 약 99억원)를 수입해 전달(3월)의 395만 8,000달러(약 46억원)과 전년도 4월의 301만 9,000달러(약 35억원)를 크게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우군인 중러의 경제적 지원을 끊어 김 위원장에게 타격을 가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안보리에서 결의한 대북 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지, 그 자체로 미국의 제재가 아니다”라며 “이 제재들은 러시아가 스스로 투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모두 추동된다”고 강조했다. 또 “집행에 관해서 해야 할 더 많은 일이 항상 있다”며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이라고 상기한 뒤 “러시아에 많은 북한 노동자가 있다. 우리는 그들(러시아)이 그것을 완료하고 완전히 준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와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다./워싱턴 AP=연합뉴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당사자들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대북제재 강화에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역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제가 무너지면서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북한 문제를 국제여론보다 국익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폼페이오 장관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기대에 대해 모호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한 뒤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비핵화를 약속했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이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우리가 매우 기대하는 약속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대화가 상호적 조치라는 생각을 따를 때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며 “북한에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하라면서, 그 후에야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그리고 나머지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요구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선(先) 상응 조치를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은 첨단 정찰 자산인 미국 공군 RQ-4 글로벌호크를 한반도에 투입하며 대북 감시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 수준급인 무인정찰기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글로벌호크가 이날 경기도 남부 등 한반도 상공 5만 2,000피트(15.8496㎞)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