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공유경제 신화서 신기루로...'위워크'는 왜 흔들리는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화려한 고층 빌딩, 외관만큼 세련된 인테리어, 그 안에서 자유롭고 혁신적으로 일하는 젊은 인재들….

‘사무실’ 하면 떠올랐던 칙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낸 기업이 있습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공유 경제 시장을 이끌 혁신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던 곳이죠. 바로 ‘위워크(Wework)’ 이야기입니다.

2010년 뉴욕 맨해튼의 한 건물에서 시작된 위워크는 불과 9년 만에 전 세계 120여개 도시에 800여개 지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 사무실 업체로 거듭났습니다. 한국에서도 2016년 8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광화문, 삼성, 서울역 등 전국 주요 지역에 20개 지점이 운영되는 중이죠. 세계적으로 공유 오피스 붐을 일으키며 한때 기업 가치만 47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했던 위워크. 하지만 최근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80억달러까지 쪼그라든 것은 물론 임직원의 약 20%를 정리 해고하는 등으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는 말이 나옵니다. 공유경제의 아이콘 위워크는 왜 추락하고 있는 걸까요.

위워크 추락의 시작점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상장기업인 위워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지난 8월 14일 회사 재무 정보 등을 담은 S-1 서류(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이 자사 주식을 등록할 때 제출함)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서류는 투자자들을 크게 당황시켰죠. 기업가치만 470억 달러로 평가받던 회사의 수익률이 생각보다 더 형편없었던 겁니다. S-1 서류에 따르면 위워크는 매년 연매출과 순손실액 규모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는데 일례로 지난해의 경우 순손실만 19억 달러에 달해 매출인 18억 달러를 크게 웃돌기까지 했죠.


한마디로 위워크는 1달러를 벌기 위해 2달러를 쓴 ‘속 빈 강정’이었던 겁니다. 위워크의 실체는 공유경제 기업으로 함께 거론되던 우버나 에어비앤비에까지 타격을 입힐 정도였죠. 하지만 사실 위워크의 사업 모델은 우버·에어비앤비 등 기술 기반의 테크 기업과는 본질부터가 달랐습니다. 실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위워크가 테크 기업이 아닌 부동산 회사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죠. 위워크는 대형 사무실을 장기로 저렴하게 빌려 잘게 쪼갠 후, 여러 임차인들에게 단기로 비싸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데, 이 사업 모델은 호텔이나 레지던스 사업과 매우 비슷합니다. 또 우버나 에어비앤비, 페이스북처럼 온라인의 가상 플랫폼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테크 기업들은 땅, 건물, 공장 등 부동산에 크게 투자할 필요가 없기에 초기 자본 투자율이 낮고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시장을 크게 확장할 수 있지만 위워크는 다릅니다. 위워크가 사업을 확장하려면 건물이라는 실물 자산을 반드시 추가로 빌려야 하는데다 회원들을 위한 맥주나 커피도 더 많이 준비해야 하죠. 추가적인 자본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는 겁니다.



더불어 현대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취합, 저장, 분류, 분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유저 맞춤형 솔루션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맞춤형 솔루션에 만족한 고객들은 쉽게 다른 경쟁사로 이탈할 생각을 하지 않지만 위워크는 이런 부분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앞서 언급했듯 위워크의 사업 모델은 호텔 사업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만약 위워크가 고객 회사들의 정보를 상세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기밀 유지에 민감한 기업들은 분명 위워크를 떠나고 말겁니다.

하지만 위워크의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인 애덤 뉴먼은 2012년부터 꾸준히 위워크가 ‘테크 기업’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위워크는 내가 빌려준 건물을 다시 빌려주는 회사인데 기술도 없으면서 왜 스스로 기술 회사라고 하는지 이상하다”며 “위워크의 사업 모델은 거의 쓸모가 없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빌린 공간을 새로 꾸며 재임대하는 위워크의 사업 모델은 너무나도 평범해 다른 경쟁사에 순식간에 따라 잡히기도 했습니다. 국내만 해도 패스트파이브 등의 기업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뉴먼과 위워크가 ‘기술 기업’을 강조했던 이유가 낡고 지루한 부동산 사업에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쏟아지던 투자 러브콜 올라타기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속임수라는 건데, 이런 정황들이 기업 공개를 계기로 만천하에 들통나고 만 거죠.


위워크의 또 다른 문제는 CEO 리스크였습니다. 뉴먼은 비상장 기업의 CEO로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부도덕의 끝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와 최고급 제트 전용기를 개인용으로 몰고 다닌 데다 마리화나 중독자라는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는데 자기는 ‘위(We)’ 브랜드 로열티로만 무려 490만 달러(59억원)를 챙기기도 했죠.

뉴먼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가 됐습니다. 그는 위워크를 운영하며 공실(빈 사무실)에 대한 리스크 관리나 비용 절감 같은, 부동산 사업의 핵심은 소홀히 한 채 외형 확장과 마케팅에만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언론을 위한 ‘보기 좋은 떡’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는 의미죠. 실제 위워크가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전세계 수백 개 지점을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로 거듭난 배경에는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위워크가 모두 떠안는 위험한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부동산 회사는 사무실이 빌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건물주와 부동산관리회사가 일정 부분 함께 떠안는 구조로 계약을 하는데 위워크는 건물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공실도 모두 책임지겠다는 방식으로 계약을 한 겁니다. 이런 방식의 계약은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벌지 몰라도 불경기 때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악재들이 모여 결국 위워크는 10월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뉴먼 CEO도 퇴출이 됐죠. 위워크는 재무와 관리에 특화된 인재들을 경영진으로 올리고 총 직원의 19%를 감원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늦었지만 내실 다지기를 시작한 거죠. 회사로선 아직 다행인 게 공유 오피스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쇼핑은 물론 의료, 교육, 금융 등 대부분 분야에서 온라인 비중이 커지는 만큼 사무실 공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시장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 상업용 부동산회사 CBRE는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사무실에서 공유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13%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연 위워크는 지금의 실패를 경험치 삼아 다시 공유 사무실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위워크의 재기가 성공할지, 실패로 끝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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