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행연합회
저성장·저금리 영향으로 내년 국내 은행 이자이익이 최대 3조5,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출 성장세 역시 꺾여 은행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해외진출’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은행권이 향후 10년 내 자산과 수익에서 해외 부문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대형 금융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달성하자는 ‘10-20-30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 총자산에서 해외 비중은 5.1%, 당기순이익에서의 비중은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회장은 은행연합회와 금융연수원·금융연구원·국제금융센터·신용정보원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업계의 위기를 디지털과 해외진출 전략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직전 이대기 금융연구원 실장이 발표한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64%를 기록한 국내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내년 7% 전후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장은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기본 전망보다 최대 3조5,000억원가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이 실장은 대출 증가율이 2010년·2012년과 유사한 3.5%까지 하락하고, 순이자마진(NIM)이 기본 전망(1.55%) 대비 10bp 하락할 경우 이러한 감소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은행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한 적극적 현지화, 디지털 기반의 해외진출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에는 은행권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1,000곳을 넘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ROE가 10~11%가량 나오는 태국 시중은행들의 연합회와도 올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해외진출 교두보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핀테크 회사와 협력하고 개방형 혁신을 강화해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본인의 신용정보를 통합해 조회하고 신용·자산관리 등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에 은행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의 시너지 극대화도 주문했다. 복합점포 활성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의 제공과 함께 기업투자금융(CIB) 역량 제고, 유니버설뱅킹 시스템의 도입 등도 구체적 과제로 들었다.
한편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은 “소비자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오는 12일 발표 예정인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지난달 14일 DLF 대책 발표 이후 은행권의 건의와 의견을 다양한 채널로 전달하고 대화했다”고 덧붙였다.
/송종호·이지윤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