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의 허리인 중견 제조업체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법이 규정하는 중소기업과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대기업집단을 제외하고, 외국인투자기업과 공기업도 배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제조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세전)은 2016년 6.7%에서 2017년 5.5%, 2018년 3.8%로 2년 연속 하락했다. 2년 만에 중견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또 다른 수익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2016년 5.5%에서 2018년 4.3%로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의 순이익률은 2016년 7.2%에서 지난해 9.1%로,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7%에서 8.9%로 각각 올랐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자동차와 철강도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여파를 중견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으며 성장성 마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중견 제조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3% 증가하는 데 그쳐 대기업(4.6%)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고, 중소기업(2.8%) 보다 낮았다. 제조 부문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2017년 9.7%를 기록하고 중견기업들은 4.1%를 달렸던 데 비하면 1년 만에 성장성 격차가 한층 확대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비중이 자동차나 철강업 등에서 높은데 이들 산업이 지난해 부진했던 것이 중견 제조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게임업체들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비제조업 분야 중견업체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대기업 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의 1차 하청 업체들이 적잖은 중견 기업 특성상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 안정성 측면도 양호한 편이었다. 통계 작성에 포함된 4,157개 중견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3.3%로 대기업(23.8%)과 중소기업(38.2%) 대비 모두 낮았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