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던 두산건설을 상장폐지한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3년 만이다. 그동안 두산건설 정상화를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재무 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건설 모(母)회사인 두산중공업(034020)은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상폐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12일 두산건설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두산빌딩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가 되기 위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 승인의 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측은 “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0.248대 1의 비율로 주식을 교환한다. 두산건설 주주들이 주식 1주당 두산중공업 주식 0.248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의 교환가액은 5,365원, 두산건설의 교환가액은 1,331원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율은 약 89%다. 주식교환 완료 후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가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고질적 경영난에 처한 두산건설을 대상으로 두산그룹이 ‘메스’를 들이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지난 5월 동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지주사인 두산의 신용등급이 ‘BBB+’로 주저앉는 등 심각한 신용위험 전이 현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올해 두산이 유동성 위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에서 본격적 유동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에 자회사로 편입해 일종의 ‘완충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반대의사를 접수할 수 있다. 주주총회 예정일자는 내년 2월 7일로 예정돼 있다.
또 과거 두산건설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도 공개매수 할 예정이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