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격 중인 파운드리(주문형 반도체)도 그리 밝지 못하다. 트렌드포스의 4·4분기 전망을 보면 대만 TSMC는 52.7%의 점유율로 전 분기보다 2.2%포인트 상승하지만 삼성은 0.7%포인트 떨어지며 17.8%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투자까지 줄어 걱정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집계에서 올해 한국의 장비 매출은 지난해보다 70억달러 줄어든 105억달러에 머물러 대만에 1위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50억달러 이상 늘어난 15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도 한국은 103억달러에 그치는 반면 대만과 중국은 각각 154억달러, 149억달러로, 중화권 두 국가가 한국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반도체 시장이 내년 중반에 나아지면서 우리 경제를 도와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이 나아져도 정작 과실을 외국 업체가 가져가고 민간 투자는 쪼그라들고 있는데 단맛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30년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휩쓸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투자 지연과 한국·대만 등의 도전에 몰락한 것을 보면서도 투자지원책을 고민하기는커녕 콧바람만 불고 있으니 애가 타는 것은 기업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