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인 조현범(47·구속기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이사가 2008년경부터 최근까지 매달 납품업체에서 500만원, 관계사에서 200만~300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아챙긴 것으로 검찰이 파악해 재판에 넘겼다. 이렇게 10년여간 받은 돈은 8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12일 서울경제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조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대표는 타이어를 원활하게 분리하는 윤활유의 일종인 ‘이형제’ 수입업체로부터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있던 2008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납품 대가로 6억1,5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업체는 2007년부터 한국타이어가 구매처를 이원화해 공급물량이 줄어들자 조 대표의 요구에 따라 매달 500만원씩 송금했다.
또 조 대표는 2008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자신과 가족이 지분을 100% 보유한 시설관리용역업체 S사 법인자금을 매달 수백만원씩 빼돌리기도 했다. 조 대표는 한국타이어 총무팀장에게 “매달 부외자금을 만들라”고 지시한 뒤 S사가 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꾸며 2013년 2월까지 매달 300만원씩 1억7,700만원을 차명계좌로 챙겼다.
2013년 3월 당시 S사 대표는 “더 이상 부외자금 조성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한 뒤 같은해 연말 교체됐다. 조 대표는 대주주 일가 심부름을 도맡아 하다가 퇴직한 전직 경리부 차장을 이듬해 1월 S사 대표이사로 임명한 뒤 2017년 11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8,600만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번에는 S사 대표이사 급여를 부풀리고 차액을 챙기는 방법을 썼다.
조 대표는 이렇게 돈을 유흥업소 종업원 부친 명의 차명계좌 등으로 입금받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조 대표를 배임수재·업무상횡령과 금융실명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조 대표의 형인 조현식(49)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도 업무상횡령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조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줬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 증여세 포탈 등 혐의를 잡고 올해 1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가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 여러 개를 발견하고 개인비리 수사에 착수해 조 대표를 구속했다. 탈세 혐의는 법리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조 대표는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다. 지난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지난해 한국타이어 대표로 선임됐다. 지주회사 격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맡고 있다.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44)씨와 결혼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