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선물의 문화사]선조들 달력 선물한 이유는

■김풍기 지음, 느낌이있는책 펴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선물의 탈을 쓴 뇌물을 근절하기 위해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선물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사, 출산, 생일, 취업 등을 기념해서 선물을 주고받는다. 넓게 보면 지인의 결혼식, 장례식에서 축의금과 조의금을 주고받고 것도 일종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예로부터 사회 구성원들 간에 유대감과 정체성을 갖게 하는 중요한 증표이자 우리 일상의 큰 축을 차지해 왔다.


지금처럼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는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을까. 주고받을 물건이 마땅치 않았을 것도 같지만 그 시대에도 상황, 여건, 자리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은 물건들이 오갔다. 신간 ‘선물의 문화사’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임금부터 사대부, 민초에 이르기까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고 인간사를 풍요롭게 이끈 19가지 선물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달력과 지팡이는 ‘시절과 벗하고 싶은 마음의 징표’로, 종이, 벼루, 도검은 ‘사대부의 품격을 두루 살핀 가치’로, 화장품, 짚신, 안경은 ‘의복에 담아 보내는 멋과 바람’으로, 차, 청심환, 귤은 ‘맛 좋은 귀한 것을 나누고 싶은 인심’으로 각각의 의미를 담아 상대방에게 전달됐다.

조선 선비들의 일기를 보면 선물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오갔는지를 알 수 있다. 쌀, 조, 수수 같은 곡식은 물론 생선, 조개, 새우젓, 문구류, 옷감과 의복, 바느질 도구, 술과 음식, 종이, 가축 등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 중에 선물로 사용되지 않은 품목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물건도 달랐다. 잔치집에 갈 때는 잔치 음식을, 친척집을 방문할 때는 다과나 과일 등 자리에 맞는 품목이 선택됐다. 누구에게 전달되는 물건인가도 중요했다. 친척이라도 촌수에 따라, 지인이라도 연령대에 따라, 계층에 따라 거기에 걸맞는 선물이 있었다. 그만큼 조선 사회에서 선물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개념을 넘어 경제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책은 선물의 본질과 의미가 퇴색했지만 여전히 선물은 우리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요소이자 경제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물건이 건강한 순환을 할 때 우리 사회의 경제 역시 건강하다. 건강한 순환에 기여하는 물건이야말로 선물의 본질이다.’ 1만5,5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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