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출전선에 '단비'...플러스 전환은 '의문'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韓경제 영향
G2 의존도 40% 달하는 韓
수출 길 먹구름은 걷혔지만
보호무역 등 불확실성 여전
"아직 낙관 이르다" 경계도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미중 분쟁 타결 가능성에 한국 수출길에 드리웠던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양국 갈등으로 핵심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부터 한국 수출이 끝 모를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나라가 종전을 공식 선언하지 않은데다 미국이 여전히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상황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 장기화로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기준 대중 수출 비중이 26.8%에 이를 정도로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40%를 넘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10대 수출국 모두 수출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감소 폭이 특히 더 큰 것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크고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출 호황을 이끌었던 반도체 특수마저 끝나자 중국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때 대비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출은 지난 2016년(-5.9%)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에 빠질 것이 확실시되고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 목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하지만 반등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기는 하나 미중 갈등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쟁이 악화하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대중 무역 축소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던 터였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최악의 경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확실히 하라’는 식으로 선택을 강요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행히 미중 갈등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다. 내년에도 2%대 초반의 저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던 경제성장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늘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우리 경제에 수출이나 경제 심리 등 여러 가지 경로로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요인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외여건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농산물 수출을 포함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공세를 잠시 늦췄을 뿐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의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것이 미중 갈등의 본질”이라며 “재선 부담을 덜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이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조양준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