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징후… 美 "최악 대비" 경고

美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대북 압박
北 동창리 재개 움직임...북미긴장 고조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이 1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답변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파국을 의미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최악에 대비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북한이 ICBM 발사 및 핵실험 재개 등 대미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군사작전도 불사하겠다는 고강도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윌리엄 번 미국 합참 부참모장은 이날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은 비핵화와 장거리 미사일 및 핵무기 실험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번 부참모장은 또 “우리는 그들(북한)이 이러한 약속을 준수하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에 대비한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장관이 어제 의회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을 대비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날 중동정책과 관련한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이란 대응과 관련해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며 군사작전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은 5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미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만큼 ICBM 보다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를 통해 수위 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다만 미국의 이날 시험발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한편 북한의 무력도발을 경고하는 다목적 성격을 띤 것으로 분석된다 .


북한이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0m 길이의 트럭 등이 포착되는 등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이 군사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는 북한의 ICBM 도발이 구체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1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근거로 ICBM 개발과 관련이 깊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차량과 크레인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북한이 서해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미국에 ICBM 도발을 예고한 만큼 대미 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관측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이 실제 군사작전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서 북한이 ICBM 도발을 하더라도 금방 군사작전을 쓰기는 어렵다”며 “군사옵션 거론은 대북 압박용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현실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추가 제재 카드로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대북 군사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계획했지만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예상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면서 작전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ICBM 발사 및 핵실험 재개보다는 위성 발사, 신형 핵무기 및 핵잠수함 등을 통한 저강도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2020년 북한 및 국제정세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정지위성을 발사하고 신형 핵무기·잠수함을 공개하는 등 제재 강화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략연은 연내에 ICBM을 발사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난 7일) 시험한 엔진을 새 로켓에 얹어 발사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형 엔진을 시험한 지 2주나 3주, 연말 안에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너무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한이 레드라인을 먼저 넘어 전체 상황을 깨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지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미 간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해 주목된다. 비건 대표가 방한 때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만큼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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