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소득공제와 노후준비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보험)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절세효과를 볼 수 있는 납입한도가 남았다면 연내 서둘러 한도를 채우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과 IRP와 같은 연금계좌는 납입시점뿐만 아니라 운용, 인출 시점에서 세 번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준비를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쌓아뒀던 적립금 운용현황을 점검해, 은퇴자금을 불리는 것도 연말 정산을 통한 세금혜택 이상으로 중요하다.
◇연금 계좌로 ‘쓰리 콤보’ 절세효과 누릴 수 있어= 우선 납입 시점에서 소득공제, 정확히 말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크다.
납입시점의 절세효과를 살펴보자. 연금저축과 IRP는 합쳐서 연간 7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단, 연금저축의 경우 연간 400만원이 공제 한도다. 따라서 400만원 이상은 IRP에 넣어야 최대한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신 IRP는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
소득이 많으면 공제한도가 줄어든다. 총 급여가 1억2,000만원이 넘거나 종합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의 세액공제한도는 300만원이다. 그러나 IRP에 가입하면 소득 규모에 상관없이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총 급여가 연간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의 경우 세액공제율이 16.5%에 달한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을 납입하면 환급 세액이 115만5,000원이나 된다. 따라서 장기로 운용할 여윳돈은 다른 저축을 하기보다는 연금저축과 IRP에 700만원을 먼저 채워 넣는 것이 유리하다. 또 총 급여가 5,500만원~1억2,000만원의 직장인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에서 92만4,000원을 돌려받는다.
맞벌이 부부라면 각각 연금계좌에 납입한 자금에 대해 각각 700만원까지 세금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부가 일년에 1,400만원을 채워 넣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연 급여가 5,500만원 미만인 배우자부터 700만원을 납입하고 남은 금액은 급여가 더 높은 쪽으로 넣는 편이 유리하다. 연급가 5,500만원(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면 세액공제율이 16.5%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낀 세금으로 ‘묻고 더블로 가’는 재투자 효과 =연금계좌를 운용하는 기간에도 세금 혜택이 큰 만큼 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운용전략이 필요하다.
본래 금융상품의 이자와 배당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이에 따라 채권펀드나 배당주펀드, 예금 등에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연금계좌를 통해 이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세금이 당장 부과되지 않고 인출할 때 과세된다. 과세 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해서 과세 이연이라고 한다. 특히 해외주식형 펀드 투자자의 경우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절세를 할 수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해외주식형펀드는 주식의 매매,평가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연금계좌에서 해외주식형펀드에 투자하면 인출시점까지 과세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반 펀드계좌가 아니라 연금계좌를 통해 해외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은퇴 이후에는 연 1,200만원 이하로 인출해야 세금혜택 = 퇴직연금과 연금저축가입자는 이자나 배당이 발행하더라도 연금 수령전까지는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 대신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 수령 나이가 △55세~69세면 5.5%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연금 수령 방법을 종신형으로 택하면 55세부터 4.4%의 세율을 적용받다가 80세부터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세금혜택은 더 있다. 바로 연금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다. 현재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연금저축과 IRP에서 수령한 연금은 연간 1,200만원이 넘지 않으면 3.3~5.5%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금수령기간을 조정해 IRP에서 연금저축에서 연간 1,2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인출하면 세금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IRP과 연금저축, 어느 쪽이 유리할까 = 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을 넣으면 세액공제율이 동일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 얼마를 넣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현재 은행권에서는 신규로 연금저축신탁을 받고 있지 않아, 연금저축의 경우 증권이나 보험사에서 가입을 해야 한다.
예컨대, 연금저축 400만원 한도를 채우고, 나머지 IRP 300만원을 넣을지, 아니면 IRP에 700만원을 채워서 넣는 것이 유리할지에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연금저축의 경우 계좌관리 수수료가 없다. 또 100% 까지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 자산 편입이 가능하다. 반면, IRP의 경우 금융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산의 연 0.25~0.5%선의 수수료를 받는다. 만약 3,000만원의 적립금이 있을 경우 연금저축은 별도의 계좌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IRP는 7만원~15만원의 수수료를 금융회사가 떼 간다. 대신 IRP의 경우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도 70%로 한정돼 있다. 또 연 700만원을 IRP계좌에서 넣고 계좌 하나로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직접 공격적으로 운용할 여력이 된다면 연금저축이 유리하고 원금보장형 상품을 넣어 포트폴리오를 짜고 싶으면 IRP가 유리하다”며 “두 연금계좌의 특성이 다른 만큼 본인 성향에 맞춰서 납입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