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무섭습니다. 폭탄 돌리기 하는 것 같고요. 정책 실패로 인해 너무 오르는 것 같습니다” (한 부동산 카페 글)
요즘 부동산 카페에서는 ‘가격이 너무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글이 부쩍 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다 입시제도 개편 등 정책 실패가 만들어 낸 상승장이지만, 상승 폭과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시선이 그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1% 오르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0.17%), 지방(0.06%) 모두 전주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추가 대책에도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동시에 보합과 하락 의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상승과 보합, 하락을 전망하는 전문가 3인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수도권 집값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이지만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주택 시장은 계속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 집 마련을 한다면 청약을 1순위로 꼽은 게 공통점이다.
◇ ‘상승’ 이상우 대표, “특별한 악재 없다” = 상승을 주장하는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정부 규제가 강할수록 반작용도 셀 수밖에 없다”며 “자사고·특목고 폐지 및 정시 비중 확대 등으로 강남권 부동산이 내년에도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으로 이어질 특별한 변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내년 집값이 하락할만한 특별한 악재가 없고, 오히려 4월 총선과 교육제도 개편 등이 호재가 될 수 있다”며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말까지 변동률 1.82%인데, 내년엔 이보다 더 높게 오를 것”이라고 봤다.
이어 통상 연말이면 잠잠해지는 집값이 올 하반기 들어 오히려 꿈틀대고 있는 것이라고 이 대표는 분석했다. 그는 신길과 고덕 등 최근 신축 아파트가 대거 공급된 지역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30대 등 새로운 매수세가 주택시장에 유입된 것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다만 지방 광역시를 제외한 대다수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점쳤다.
◇ ‘보합’ 심교언 교수, “피로감에 경제 악화”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된 이유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거시경제 악화 등 외부 요인이다.
심 교수는 “정부 실책 탓도 있지만, 워낙 큰 유동성 때문에 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유동성 국면에 충격이 오면서 조정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특별한 호재 없이 갭 메우기 장세로 오른 만큼 조정장이 오면 타격이 크다”며 경고했다. 그는 이어 “5~10%씩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강보합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하락’ 이광수 연구위원, “상투에 도달했다” =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거래량과 매물이 줄면서 가격만 오르고 있는 것은 고점에 이르렀다는 증거”라며 “종합부동산세 중과에 따른 다주택자 부담 증가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재건축 수익성 악화가 집값 하락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후반 상승장 끝물에도 거래회전율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올랐다가 이후 크게 빠졌다는 것이 이유다.
상승 열기가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하는 것에 대해 “서울 집값이 오른 데 이은 갭 메우기 장세”라며 “추세 상승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정부의 부동산 규제 3년 차인 내년에는 규제 효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