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엠을 통한 빅데이터 승부는 6개월이면 끝납니다.”
16일 가상통신망(MVNO)서비스 ‘리브엠(Liiv M)’의 그랜드 오픈을 앞둔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3개월간 임직원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품질 검증을 마친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알뜰폰 사업자로서 금융과 통신 융합 행보에 나선다. 허 행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단말기를 파는 게 아니라 통신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신 판매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금융혁신이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유통·통신·금융정보가 모두 단절돼 있다 보니 제한된 정보만 있다”며 “단기적으로 고객에게 통신비용을 확실하게 줄여주고 장기적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구축으로 금융혁신을 일으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단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리브엠 그랜드 오픈으로 요금 할인혜택은 더 확대된다. 국민은행은 당초 요금제 할인혜택 조건을 없애고 1년 동안 조건 없는 2만2,000원(LTE기준)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국민은행은 LTE 기준 4만4,000원의 월 기본료에 KB할인과 KB제휴카드 할인을 각각 2만2,000원, 1만5,000원씩 적용해 월 7,000원 요금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신용카드 할인혜택을 받으려면 월 100만원 이상 결제를 해야 하는 등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되자 이를 개선한 것이다. 매장 판매를 하지 않는 리브엠의 방침상 비대면 모바일 개통도 강화했다. 모바일로 금융거래할 경우 고객은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휴대폰을 교체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지만 유심칩만 교체하면 인증서 추가 발급 없이 사용이 가능해진다. ‘친구결합’ 할인도 추가됐다. 가입자 1명을 결합할 경우 결합한 고객 모두에게 월 2,200원의 할인이 적용된다. 무서류·무방문의 비대면 초대·수락 방식으로 리브엠 가입자라면 최대 3명까지 월 6,600원이 할인된다. 데이터를 다 사용하지 못할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리브 메이트’서비스의 적립 포인트를 최대 1,000포인트까지 높였다.
국민은행은 이번 리브엠 출시가 과거 은행의 단말기 판매 사례와는 전혀 다른 빅데이터 구축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허 행장도 “단말기를 파는 것이라면 금융혁신법 시행 후 첫 번째 혁신서비스가 될 수 없었다”며 “데이터를 축적해 신용평가정보를 정밀하게 가다듬고 금융상품과 대출상품 등의 맞춤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리브엠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현행법상 은행은 부수 업무로 은행 고유 업무와 관련 없는 사업을 할 수 없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으로 2년(최장 4년) 동안 사업 승인을 받아 통신사업에 진출한 셈이다. 데이터3법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는 빅데이터 구축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허 행장은 “2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사업으로 러시아 스베르방크와 스페인 카시아방크 등 금융과 통신 융합의 성공 사례는 많다”며 “리브엠을 통해 한발 진화한 금융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호·이지윤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