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재 경영의 큰 뜻 지금이 더 절실하다

‘인화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LG(003550)’의 기틀을 다진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1950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락희화학공업에 입사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45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5년의 회장 재임 기간 매출은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1,150배나 성장했다.


구 명예회장의 남다른 족적은 경영에서 물러날 당시 재계 3위라는 양적 성장에만 있지 않다. 십수년을 공장에서 먹고 자며 ‘공장 지킴이’로 불렸던 그는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수없는 담금질로 무쇠를 단련한다”며 현장 속 인재 양성을 고집했다. 민간기업 최초의 기업공개로 기업을 자본시장으로 이끌어냈고 국내 최초로 해외 생산공장을 세워 세계화에 나섰다. 여느 2세 경영인과 달리 창업과 성장을 주도한 1.5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1988년 인화원 개원식에서 “기업은 인재의 힘으로 경쟁하고 인재와 함께 성장한다”며 인재 육성 의지를 천명했고 1995년 회장 이임사에서는 “혁신은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이며 내 평생의 숙원”이라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 탓인지 구 명예회장이 평생 강조해온 ‘인재’와 ‘혁신’이라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미래의 성패를 가를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공유경제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따져보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한국은 5.2로 절반 수준이고 한중일 3국 중 꼴찌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참담하기만 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이 인재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도전정신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혔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인재 양성을 통한 혁신의 길을 열었던 구 명예회장까지 재계의 큰 별이 잇따라 졌지만 이들이 남긴 ‘혁신’이라는 유산은 위기를 돌파할 귀한 나침반이다. 정부가 할 일은 사사건건 규제로 발목을 잡는 구태에서 벗어나 혁신이 꽃피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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