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사진)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를 직접조사하기로 한 검찰에 대해 “이 사건은 수사한 경찰뿐 아니라 기소한 기관(검찰)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검경 간 다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수사권 조정을 두고 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검찰이 이춘재 사건을 경찰로부터 뺏어가는 모양새가 된 바 있는데, “싸울 일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검찰이 불필요하게 싸움을 걸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경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경찰청장도 시사하는 셈이다.
민 청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민 청장은 “이춘재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관련 모든 기관들이 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책임있는 기관들이 이런 과오를 낳은 것에 대해 무고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검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관련 재조사를 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으로 수사기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론에 발표하지 않는데,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상세한 수사 진행 상황을 이례적으로 발표해 경찰 내부에선 “중계방송이라도 하는 거냐”는 말까지 나오며 격앙된 모습이었다.
민 청장은 사망한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경찰로부터 압수한 것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사망 원인 등 많은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책임져야 하는 게 경찰”이라며 “휴대전화는 반드시 있어야 확인해야 할 중요한 증거 자료”라고 밝혔다. 또 그는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해 보관하는 휴대전화가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의 압수 대상이 됐는데 분석에 참여해서 검찰은 검찰 수사 관련 자료를, 경찰은 경찰 수사 관련 자료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를, 경찰은 A수사관의 사망 경위 자체와 관련한 자료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시작된 A수사관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에 대해 검찰은 경찰의 동참에 동의했으나 이를 단순히 보기만 하는 ‘참관’으로만 보고 경찰은 더 적극적 차원의 ‘참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에 명확히 규정된 된 것으로, 애초에 ‘참관’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