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의사당 내 동성 결혼 촉구 행사에서 나온 ‘동성 키스’ 장면/EPA=연합뉴스
태국 의사당에서 동성 커플이 규범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키스 퍼포먼스’를 하면서 행사를 주관한 위원회가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태국 의회가 시끄럽다.
20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태국 의사당 내에서 ‘하원 아동·청년·여성·노인·장애인 및 성 다양성 위원회’의 주관으로 태국 내 동성 결혼 허용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단체가 관련 청원을 위원회에 전달한 뒤 이 단체 소속의 동성애자 남성이 두명이 키스를 했고, 이 장면은 태국 언론에 실렸다.
키스 당사자인 따텝 루앙쁘라빠이낏은 언론 보도를 통해 “(키스는) LGBT 커뮤니티의 상징적 메시지였다”면서 “이번 일은 우리가 독재 정부뿐 아니라 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보수적 규범과도 싸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이 강한 태국 사회에서는 이 ‘의사당 키스’를 놓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용기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도 있었으나, “태국 전통의 관습과 문화를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한 상원의원은 행사와 관계된 의원들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행사를 주관한 해당 위원회의 묵타 뽕솜밧 위원장이 사과에 나섰고,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은 경위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의회 사무처에 지시했다. 추안 의장은 경위서를 검토한 뒤 관련 의원들에게 어떤 징계 처분을 내릴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키스 퍼포먼스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동성 커플의 행동이 부적절했고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며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의사당 내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퓨처포워드당 소속으로 위원회 대변인인 탄차왓 까몬웡왓 의원도 ‘동성 키스’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면서, 위원회가 사전에 알았었다면 손을 잡는 것과 같은 좀 더 완곡한 방식을 제안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