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머니]"양질의 교육기회 빼앗아…집 팔아 강남 전세난민 되란 소리냐" 분통

■'뜨거운 감자' 된 전세대출 금지·회수
"집 장만하려 전세 끼고 매수했는데 갭투자 제재받아"
'선의의 피해' 호소 잇따라…실수요자 권리 침해 지적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대출 번거로움만 키워" 불만도


정부가 전세대출 금지·회수의 예외조항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용인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세자금대출이 12·16 부동산대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 4구에서 매매된 집 10채 중 6채 이상이 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인 만큼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전면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의의 실수요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커지며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길음동에 시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40대 김모씨가 대표적인 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으면서 강남이나 잠실·목동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12·16대책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전세자금대출이 공적보증은 물론 이번에 사적보증까지 모두 불가능하게 막아 사실상 전세자금대출 받을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월 중순 발표될 전세대출 금지·회수 예외 규정에 김씨와 같은 사례는 들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김씨는 결과적으로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의 전세 수요를 늘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이에 따라 갭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다. 좋은 학군으로 가고자 하는 선의의 목적이 있지만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갭투자는 크게 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신규 주택 매매 거래 중 63.5%가 전세 등 보증금을 승계한 것이다. 비중은 지난 7월 57.8%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강남4구에서 지난달 매매 거래된 집 100채 중 63채가 갭투자라는 뜻이다. 서울 전역을 봐도 같은 기간 49.8%에서 56.1%로 급증했다.

반면 김씨는 억울하다. 그는 “교육정책 개편으로 결국 전통적으로 학군이 좋은 곳이 더 각광 받을 수밖에 없는데, 전세로라도 이사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강남·목동 진입을 하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일반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결국 집을 팔면 전세로 강남에 갈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이번 정부가 말하는 ‘내 집 한 채 마련 소망 이루기’와는 정반대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올 10월 시가 9억원대 서울 소재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산 30대 후반 주부 유모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쌍둥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 아파트에 살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샀다. 지금은 쌍둥이 자녀 보육 문제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친정 부모님 집 근처에 전세를 살려고 했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유씨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시점에 9억원 초과 집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정부 입장에서 유씨는 본인은 전세로 살며 갭투자를 한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이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지만 나중에 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전세를 끼고 산 것으로 집 매수세에 일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씨 역시 답답하다. 최근 집값이 자고 일어나면 올라 본인은 지금 전세를 끼고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놓지 않으면 평생 서울에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결정한 매수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갭투자로 보고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예외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해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현재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부모봉양·직장·통원치료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사적보증도 보증도 비슷한 예외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외규정 악용을 철저하게 막기 위한 것이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 잘못으로 집값을 올려놓고 이를 잡겠다며 국민의 번거로움만 키웠다’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회수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내년 1월 중 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예외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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