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6만여 명이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한 지난 7월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근로자들이 차별철폐 등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권욱기자
노동부 공공 공무직委 출범 추진
인사·임금 등 처우 개선 한다지만
공무직, 정규직 수준 상향 원하고
정규직 “동등한 대우 특혜” 반발
‘비정규직 제로화’ 공정성 도마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1일 취임 이틀 만에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들의 농성장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앙·지방정부,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만여명의 비정규직들이 해당 기관이나 자회사 소속의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내년까지 9만여명을 추가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상징이었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기대치가 높아진 공무직들은 무늬만 정규직일 뿐 처우도, 월급도 나아진 게 없다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실정이다. 기존 공무원들은 “임용시험을 통과한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를 하는 것은 특혜이자 역차별”이라며 아우성이다. 특히 내년에 공무직들의 처우개선 방안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재연되고 공무직들의 총파업과 노노갈등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재갑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공 부문 공무직위원회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위원회는 공무직의 운영·관리를 위한 기본 방향과 중장기적 계획 수립을 비롯해 인사 및 노무관리, 임금 및 처우 시스템 등을 논의하게 된다. 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물론 광역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출범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전국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공무직을 몇 명 채용하고 있는지에 관한 기본 자료조차 미비한 실정이다. 또 그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800여개 기관의 월급이나 수당, 복무 체계가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기관마다 파견업체 등을 이용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무직의 눈높이가 기존 정규직 공무원 수준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올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현재 6급 공무원의 60~70% 수준인 임금을 80%까지 올려달라며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에 나섰다. 국가보훈처·서울시·원주시 등 곳곳에서 공무직들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점거농성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재정지원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처우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더 격렬한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무직 처우개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노노 갈등도 우려된다. 이미 인천국제공항공사·서울교통공사 등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올 8월에는 서울시의회가 공무직 지위를 올리는 조례안을 제정하려고 하자 공무원 수백명이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였다. 기관의 직접고용 문제도 여전한 뇌관이다. 현재 고속도로 요금수납원과 직접고용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도 정규직의 반발을 이유로 직접고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전환을 마친 공공 부문 비정규직 중 19%가 자회사 소속 공무직이다. 노동계에서는 간접고용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두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정규직 전환 경로와 처우 등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라며 “개별 기관의 정규직화가 진행될 경우 임금 및 복지제도의 제반 비용이 꽤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