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되는 서울 아파트시장…9억이하 거래 비중 늘고,15억초과는 신고가 행진

■12·16대책 이후 서울거래 보니
고강도 대출규제에 '풍선효과'
매매 10건 중 8건이 9억이하
반포리체 84㎡ 한달새 1억↑
초고가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 19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 꽉 막힌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비중이 줄었지만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나왔다. 초고가 시장은 ‘현금부자들의 리그’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9억원 이하로 몰리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6~19일 서울 아파트는 총 9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금액대별로 보면 9억원 이하는 76건이 거래돼 전체의 82.6%를 차지했다. 9억원 이하 비중은 10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71.9%였다. 대책 이후 80%를 넘어선 것이다.

주요 거래 사례를 보면 서대문구 홍제동의 인왕산현대 전용 114.72㎡는 이달 17일 8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를 넘어섰다. 인근 A 중개사는 “집을 팔고 이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대출이 막혀 옮겨갈 집을 못 구하자 매물이 더 줄어들었다”면서 “대출에 변함이 없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시세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억원 이하 거래 지역을 보면 노원구·강서구·금천구 등 외곽지역에 몰려 있다.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일대의 경우 대책 이후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초고가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신고가는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이다.


한강변에 위치한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92㎡ 분양권이 19일 19억8,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올 8월 18억5,000만원에서 1억원이 넘게 뛴 가격이다. 본동의 래미안트윈파크 전용 115.43㎡도 16일 16억5,000만원에 신고가로 손바뀜했다. 18일에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49.64㎡가 17억4,000만원,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동 경남 2차 전용 182.2㎡가 26억원에 최고가 매매됐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반포리체 전용 84.97㎡도 전달보다 1억원이 올라 25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반포동 R공인 대표는 “정책 변화가 많아 일단 매수세는 다소 줄었다”면서도 “안 그래도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대출 규제보다는 자금 출처를 밝히는 데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와 달리 현금부자들은 이번 대책에 타격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초고가 시장이 현금부자들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전세 시장이 불안해져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이라며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집값을 안정화하려다 보니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규제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15억원 이하, 9억원 이하 아파트로 대출 규제를 피해 실수요가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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