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사라진 소주성…내년 2.4% 성장률 달성할까

투자, 소비, 재정 등 경제상황돌파 총력전 예고했으나
노동개혁, 규제완화 없이 한시적 감세에 그쳐
시장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여건 만들어줘야

뒷북경제

정부가 내년에 민간·민자·공공 분야를 아울러 총 100조원의 투자를 창출하고 성장률도 2.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성장주체인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노동비용 부담을 가중시킨 주 52시간제 보완방안은 미봉에 그쳤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방안은 국회에 멈춰서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쟁국들은 법인세를 내리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만 ‘역주행’을 해왔습니다.

경제상황 돌파에 총력전을 예고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정책목표는 ‘경기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입니다. 가속상각특례 확대조치 6개월 연장 등 민간 투자촉진 세제지원 3종 세트를 본격 가동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25조)·민자(15조)·공공(60조) 3대 분야에서 100조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집행합니다. 또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가전제품 등 소비재 품목 구입시 부가가치세 10% 환급을 검토하는 소비활성화 조치와 함께 512조원의 초슈퍼예산을 상반기 62%수준으로 조기 집행에 나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기 계신 여러분부터 앞장서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권 출범 후 줄곧 최우선순위에 뒀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도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을 보면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2.4%)에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와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대내외 여건이 다소 개선되면서 성장률도 반등세를 탈 수 있다는 겁이다. 내년 수출은 3.0% 증가, 경상수지 흑자는 595억달러로 내다봤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최근 이뤄진 1단계 합의도 경기 반등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라며 “국내외 기관들이 예측한 수치에다 정부의 의지를 ‘플러스 알파’로 실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파격적인 소비관광 대책은 얼어붙은 내수를 끌어올리는데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국내여행 숙박비에 대해 도서·공연비 등과 동일하게 30%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코세페 기간 부가세 환급 및 입국장 면세점에서의 담배 판매도 허용됩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정부가 10% 환급을 해주면 공급자도 20~30% 인하를 더해 최대 30~40% 할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L자형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성장률 2.4%는 다소 낙관적인 목표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2·16부동산대책이 건설경기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도 여전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2.5~2.6%)에 근접할 정도로 반등하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로 정부 목표보다 0.1%포인트 낮은 2.3%를 제시했습니다. 민간 기관들의 전망은 더욱 부정적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2.1%로 예측했고 LG경제연구원(1.8%)이나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처럼 1%대 성장을 내다본 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한시적 조치에 그친 감세와 100조원 투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내놓습니다. 경영계에서는 궁극적으로 규제 혁파로 기업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시장이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선다고 지적합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애로를 겪는 법인세 인하나 노동비용 부담 해소, 생산성 향상 방안은 없어 계속 주저하게 될 것 같다”며 “기업 투자 심리를 살리고 정부 주도 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가는 게 정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득권의 보호장벽이 너무 높아 신산업의 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투자는 의지의 산물이 아닌 기회의 산물”이라고 밝혔습니다. 입법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정책의 키를 돌리기 시작했다면 경기활성화를 위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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