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사실상 文정부 중간평가…與 패배땐 국정동력 급속 약화

[격동의 2020-정치부문]
■ 4·15 총선
한국당엔 정권탈환 가늠할 승부처…'친문농단' 공세 강화
총선 '야당 심판' 결과로 이어질땐 검찰개혁 등 힘 실릴듯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추진…군소정당 춘추전국시대 예고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계가 ‘총선 모드’로 들어서고 있다. 4·15총선은 2022년 대선을 2년 앞두고 치러지는 터라 사실상 ‘중간선거’다. 총선에서 얻는 각 당의 성적표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판가름할 뿐 아니라 차기 대선 판도의 ‘바로미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여당은 4·15총선에 패하면 ‘정권 심판’의 멍에를 쓰게 되지만 이기면 강력한 국정동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에도 4·15총선은 ‘정권 탈환’을 가늠할 시험무대라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또한 군소정당에 4·15총선은 ‘생존’이냐 ‘도태’냐를 결정하는 기로가 될 수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두고 각 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악재 중첩…‘정권심판론’ 커질 수도=현재까지 여론조사 지지율만 보면 여당이 우세하다. 하지만 여당이 4·15총선 승리를 장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첩첩이 쌓인 악재가 총선날까지 증폭되면 ‘정권 심판’의 굴레를 피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선거 ‘룰’을 결정하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 정권을 겨냥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등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현재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농단,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등 한국당이 지목한 3종 친문농단 게이트 가운데 2건을 수사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새해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임기가 2년4개월께 남은 터라 자칫 ‘레임덕’의 위험성이 있다. 아울러 현 정권 지지층이 30~40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지지층이 특정 계층에 몰려 있는 만큼 의혹이 불거지거나 경제침체에 따른 역풍이 본격화할 경우 현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중심축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통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경우 3년6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무게중심이 미래 권력 쪽으로 가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힘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 지지층 기반도 30~40대 화이트칼라로 20대나 중도에서는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며 “이는 후반기 국정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4·15총선의 승리가 문재인 정권은 물론 여당에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심판론의 대상이 정권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현 정권은 레임덕에 빠지거나 안정적인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野 ‘3종 친문농단’ 파상공세=그러나 현재 여론은 결코 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양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한국갤럽의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줄곧 앞서고 있다. 거대 양당이 서로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론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지지율만 봐서는 한국당이 심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해 민주당은 적폐청산보다 ‘야당 책임론’에 무게 추를 옮기고 있다.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배경을 국회로 돌리면서 그 핵심요인으로 한국당을 꼽고 있다.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 본회의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발목을 잡고 원포인트 본회의마저 거절하는 등 한국당의 행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도 어려워지는 경제사정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 칭하는 등 대(對)여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유 전 부시장 감찰농단,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금융농단을 ‘3종 친문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연일 장외집회를 여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의 심판론은 결국 각각의 지지층한테나 먹힌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어느 정당이든 다른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소정당 ‘춘추전국시대’ 예고=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화두가 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아직 처리 자체를 속단하기 어려우나 현실화할 경우 군소정당이 국회에 입성할 길이 한층 넓어져서다. 보수권만 해도 현재 제1야당인 한국당과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새로운보수당, 그리고 우리공화당 등으로 공식적으로 분열된 상태다. 황교안 대표의 ‘물갈이 50%’에 반발한 세력들이 무소속 출마 및 신당을 준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에서는 창당을 준비 중인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등이 민주당과 호남에서 경쟁관계에 있고 비례의석 확보를 노리는 정의당까지 더하면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복잡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총선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어 과반 의석수 확보는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어느 정당도 과반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총선보다는 대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만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정의당이 유리해지고 다른 정당들은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새 선거제가 도입되면 상식을 가진 많은 시민은 복잡한 메커니즘은 몰라도 정당 득표가 의석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알고 투표를 할 것이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당은 위성정당인 가칭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쓸어가는 전략을 구상하기도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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